[D:인디그라운드㊽] ‘솔직함’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김우주
입력 2021.03.10 13:20
수정 2021.03.10 13:21
첫 EP 앨범 '그런 마법', 3월 8일 발매
"평범한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순간, 곡으로 옮겨"
ⓒ문화인
세상이, 그리고 삶이 ‘마법’처럼 바라는 대로 이뤄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마법 같은 일은 그저 바란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멀리 도망가는 듯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낸다. 싱어송라이터 김우주도 그랬다.
데뷔 앨범만 내면 다 잘 될 것 같은 큰 바람 때문이었는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찾아온 무력감은 그를 옭아맸다. 그런데 그는 그 시기를 스스로 이겨내고, 당시의 심경을 누군가를 좋아할 때의 마음에 빗대어 음악으로 표현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영리하게 음악에 담아낸 것이다.
그 결과물은 지난 8일 발매된 첫 EP 앨범 ‘그런 마법’이다. 힘든 감정, 또 기다림, 그리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솔직한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해내는 김우주의 보이스는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 2019년 데뷔했습니다. 어떻게 음악인의 길로 접어들게 됐나요.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같은 반 친구가 MP3 플레이어를 빌려줬는데, 거기 담겨 있던 Oasis의 ‘Whatever’라는 곡을 처음 듣고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타도 그맘때 즈음부터 익혔던 것 같네요. 예고, 예대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주변의 환경들과 타협하여 사회과학계열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후로 취미 삼아 밴드 동아리에서 노래하고 기타를 치는 게 전부였는데요. 대학교 2학년 때 친구와 음악 공연을 보러 갔다가 무대에서 제 노래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곡을 쓴다는 소문이 과에 퍼졌고, 한 선배가 경연 대회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서 참가하게 됐어요. 운 좋게 우승을 하면서 그 계기로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남짓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 끝에 2019년 12월, 디지털 싱글 ‘잔흔’(殘痕)을 발매했습니다.
- 데뷔 싱글 이후, 이번 앨범을 내놓기 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 싱글을 발매하고 난 후로 조금 힘들었습니다.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2개씩 하며 먹는 것, 입는 것 아껴서 어렵게(물론 주변 친구, 선후배들의 도움이 정말 커서 감사하지만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내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습니다. 모든 것이 서툴고 아쉬워서 한동안 컴퓨터 앞에 앉질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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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소개 글에 ‘아쉬운 겨울이 갔다’는 문장이 첫 앨범 이후의 심경인 건가요?
맞아요. 싱글 음원을 내고 난 겨울, 당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고 바쁘게 지내면서 놓친 것들이 머릿속을 메웠습니다. 친구, 선배들은 슬슬 취업과 싸움을 벌이고 있던 터라 싱글만 내고 나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한 제가 너무 안일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마법처럼 모든 게 다 잘 풀릴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서울행 기차에서 저는 솔직해지기로 했다’는 소개 글은요?
이것 역시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이어지는 내용이에요. 슬럼프가 찾아왔는데 그 이유를 모른 채 이듬해 봄, 혼자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거창한 짐 없이 기타 가방 하나에 옷가지 몇 벌을 구겨 넣고 일주일 동안 친구 집에서 신세를 졌습니다. 그 일주일 동안 제 자신을 돌아보며 건강하게 지내는 법을 연습했습니다. 충분히 쉬고, 산책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먹고 마셨습니다. 친구에게 응어리져있던 것들을 쏟아내듯 털어놓았고 후련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날 신곡 ‘내일이 오면’을 썼고, 이튿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제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솔직해지기로 다짐했습니다.
- 힘든 시간을 이겨낸 결과물인 만큼, 새 앨범 ‘그런 마법’ 발매 소감이 남다르겠네요.
일단 EP 형태가, 싱글을 할 때와 너무 달라서 어려웠습니다. 6곡을 수록하기로 정한 후, 그 노래들이 유기성을 가지고 듣는 사람들이 앨범을 순서대로 들었을 때 이질감 없이 들리길 바랐습니다. 녹음, 믹싱, 마스터링을 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처음 데모 버전에서 의도한 것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순 없어 아쉽지만 제가 원했던 노래 간의 긴밀함은 해결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솔직한 마음’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의 마음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풀어냈습니다.
- 모든 트랙의 가사에 전체적으로 ‘기다림’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직·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곡을 쓸 당시, 그때그 때의 생각을 담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의도해서 전체적으로 ‘기다림’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넣었다기보다 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써진 것 같습니다.
- 기존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요?
처음으로 곡을 묶어서 내는 EP 앨범이기도 했고, 녹음과 엔지니어링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어서 그런 점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혼자서 녹음하고, 믹스를 해서 발매를 했기 때문에 여럿이 움직일 때의 어려움을 처음 겪어보았습니다. 다만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습니다. ‘아쉽지 않은 앨범을 만들자’고 다짐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생겨요. 그런 마음이 다음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타이틀곡 ‘내일이 오면’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내일이 오면’은 제목 그대로 내일을 소망하는 곡입니다. 지금의 나는 힘들고 걱정거리를 품은 채로 잠에 드는데, 내일이 오면 괜찮아질까 생각하면서 말이죠. 서울로 돌아갈 때는 지금 이렇게 힘든 게 다 괜찮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노래입니다.
- 보통 곡을 만들 때도 현실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평소처럼 지내면서 평범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가끔 있어요. 그럴 때마다 글로 쓰든 음성으로 메모를 하든, 기록해두었다가 곡으로 쓰는 편입니다. 이번 앨범 역시 곡을 써야겠다고 작정하고 만든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마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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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개의 트랙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요?
발매하고 나니 6곡 모두 애착이 가지만, 답하자면 2번 트랙 ‘그대로가 좋아’입니다. 6곡의 데모곡 준비를 하면서 가사를 어떤 식으로 녹여낼지, 편곡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가장 많아지는 순간이다 보니 받는 스트레스가 꽤 컸습니다. 그러다 이 곡을 작업하면서 노래를 만드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꼈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곡이에요.
-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은요?
3번 트랙 ‘봉선화’입니다. 후렴의 멜로디와 가사가 먼저 떠올라 쓰게 된 곡인데요. 앞부분을 한창 고민하던 중에 친한 친구가 자신이 쓴 글을 보여줬어요. 허락을 구해, 그 글을 가사로 고쳐 썼습니다. 그렇게 잘 완성되나 싶었지만 편곡이 다시 한 번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이 곡이 편곡에서 가장 시간을 오래 쓴 곡 같아요. 느리게도 만들어보고, 다른 악기들을 집어넣어 보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봉선화’가 나왔습니다.
- 앨범 준비 과정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믹스를 진행하는 스튜디오가 고양시에 있는데, 베이스 세션 녹음을 해준 명호 형이 그 근처에 살고 있어서 제가 일주일간 그 집에서 지내면서 스튜디오로 출근하듯이 갔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저녁 즈음에 스튜디오로 가서 믹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추출해서 들어보다가 새벽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고양이와 강아지가 반겨줘서 행복했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 대중에게 이번 앨범이 어떻게 들리길 바라실까요.
제 솔직한 마음이 사람들에게 부담스럽게 들리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는데요. 6곡 모두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우주 씨의 기준에서, 결론적으로 이번 앨범은 얼마나 ‘솔직’했던 것 같나요?
제 이야기만을 다룬 앨범인 만큼 ‘얼마나’라고는 대답할 수 없지만 참 솔직한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앨범이 솔직한 것과 만족도는 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80%정도 만족했다고 답하겠습니다.(웃음) 나머지 20%의 아쉬움은 다음 작업물에서 달래도록 하겠습니다.
- 가수로서의 음악 방향성도 듣고 싶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장르가 다르고 분위기가 다를지언정 사람들이 ‘이건 김우주의 음악이다’하고 느끼는 부분들을 만드는 게 목표이고, 그것이 제 음악적 정체성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 코로나19로 아티스트들이 설 무대가 많이 사라졌는데요. 실제 무대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체감은 더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음악을 시작한 저에게 있어, 공연은 정말 소중한 기회입니다. 코로나19로 공연 섭외가 확실히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제가 나서서 대관 공연을 하고 싶어도 겁이 나서 하지 못하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는 음악인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황이 좋아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도 무대에 오르는 일입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의 목표를 들려주세요.
차근차근 많은 사람들에게 저를 알리고 싶습니다. 올해는 꼭 밴드셋으로 공연을 여러 번 하고 싶습니다. 혼자 무대에 서는 것보다 함께 연주하는 그 즐거움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올해 최종 목표는 다음 앨범 구상을 어느 정도 명확하게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계획대로만 다 이루어진다면 참 좋겠지만 그것보다 저라는 사람이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