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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은행연합회장 “CEO 징계 남발”…작심비판 왜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1.03.10 11:15
수정 2021.03.10 11:56

취임 100일 간담회서 감독 당국 ‘금융권 CEO 흔들기’ 비판

은행권 “CEO 중징계시 경영공백 등 부작용 커, 법적근거 빈약”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9일 열린 취임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은행연합회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금융 감독 당국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쥐고 흔들기’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김 회장 역시 고위 금융관료 출신이기에 이같은 정면 비판을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은행 CEO 징계 조치에 대해 은행권의 우려가 상당하다”며 “당국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 원칙과도 거리가 있고,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는 금융 당국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금융권 CEO를 중징계하는 조치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인 라임펀드의 부실판매에 대한 책임을 묻기위해 지난달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당시 우리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직무정지 상당’과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는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예고했다. 오는 18일 라임펀드 판매 관련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이 예정돼있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 내 금융사 취업이 제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은행권은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제재심 결과에 따라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에 신속 대응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경영 공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 책임도 있는데,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관리 미흡의 책임을 판매사 CEO에게만 지우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금감원의 CEO중징계 근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내부통제 기준), 이 법의 시행령 19조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 등이다. 다만 금감원의 내부통제 기준이 CEO 중징계를 통보하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법원은 지난해 손태승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중징계에 대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금융당국의 임원 제재 조치가 추상적·포괄적 사유만 제시해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민관을 두루 경험한 김 회장 역시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친정임에도 쓴소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30년간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몸 담았다가 2018년 4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해 전문성을 닦아왔다. 취임 초기 관은 물론 청와대와까지 소통이 절실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에 반기를 든 것은 그만큼 은행권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방증으로도 읽혀진다.


그는 “은행장이 모든 임직원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결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징계와 같은 ‘침익적 행정 처분’은 금융 회사가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광련 규정이나 법규문헌을 충실히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권은 김 회장의 작심발언을 두고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금융당국의 심기를 거슬러 제재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잘못한 것이 있으면 처분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CEO 중징계시 주가 영향과 경영 공백 차질로 인한 직원들 사기 저하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은행연합회장의 발언이 속앓이 했던 부분을 긁어줘서 후련하기도 했지만, 되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상황이 올까봐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판매사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법의 테두리에서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은성수 위원장 역시 CEO중징계를 내리는데 법적 근거가 충분해 한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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