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롯데’ 고대했던 원투펀치 품나
입력 2021.03.07 17:33
수정 2021.03.07 17:47
LG와의 연습경기에서 나란히 등판해 호투
각자 장점 한껏 드러낸 투구로 기대 증폭
댄 스트레일리(34)와 앤더슨 프랑코(29)가 연습경기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과시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연습경기 LG 트윈스전에서 스트레일리와 프랑코를 마운드에 올리면서 3-0 완승했다. 연습경기 3연승.
선발 등판한 스트레일리는 첫 실전투구에서 3이닝(41개) 소화하며 안타와 볼넷 없이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KBO리그 탈삼진왕답게 9개의 아웃카운트 중 5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에이스’ 스트레일리에 이어 4회초 마운드에 오른 프랑코 역시 강속구를 뿌려대며 1이닝(1볼넷2탈삼진)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프랑코는 1사 후 이주형에게 볼넷을 내준 프랑코는 이재원-김호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지웠다. 중계 채널을 통해 최고 시속 154㎞의 강속구를 지켜본 야구팬들도 탄성을 내뱉었다.
주전급 타자들이 많이 빠진 타선이었지만 첫 실전 피칭에서 두 명의 외국인투수 모두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KBO리그에서 외국인투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한 시즌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첫 번째 요소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가을야구 이상을 꿈꾼다면 막강한 원투펀치의 존재는 필수다.
프로야구 감독을 거친 한 해설위원은 “(선발투수)원투펀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대부분 외국인투수로 짜이는 원투펀치 위력에 따라 그 팀의 선수들도 시즌 성적을 예상하면서 뛴다. 원투펀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면 그만큼 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롯데 자이언츠는 그동안 원투펀치에 몹시 목말랐다.
롯데는 지난 2017년 이후 ‘막강 원투펀치’를 품지 못했다. 지난 2017년 9월, 브룩스 레일리와 조쉬 린드블럼은 최우수선수(MVP)를 놓고 집안 경쟁을 벌였다. 그해 후반기 롯데는 강력한 원투펀치 힘을 바탕으로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린동원’으로 불릴 만큼 롯데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린드블럼이 ‘손편지’를 남기고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뒤 롯데는 꼴찌(2019시즌)까지 추락했다. 지난 시즌 반등을 기대하며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체제를 꾸렸지만 시즌 내내 중하위권을 맴돌다 가을야구에서 멀어졌다.
다시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21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와 앤더슨 프랑코와 계약했다. 롯데 2년차를 맞은 스트레일리와 '새 얼굴' 프랑코가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스트레일리는 지난해 KBO리그에 데뷔해 31경기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 탈삼진 1위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팀 타선의 지원만 받았다면 20승도 가능했다는 평가다.
스트레일리는 대체하기 어려운 에이스다. 구단 역대 외국인투수 시즌 최다승(15승)을 거뒀고, 구단 역대 외국인투수 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7.51)를 찍었다. 스트레일리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한 롯데로서는 ‘2선발’ 아드리안 샘슨(25경기 9승12패 평균자책점 5.40)의 부진이 뼈아팠다.
당초 1선발까지 검토했던 샘슨과의 재계약은 포기했다. 그리고 잡은 투수가 프랑코다. 일찌감치 총액 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KBO리그의 다른 구단들도 프랑코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투수가 필요했던 롯데가 재빨리 움직였다. 최소 10승 이상을 찍으면서 스트레일리와 짝을 이뤄주길 기대하고 있다.
1992년생 베네수엘라 출신의 프랑코는 2019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5경기(평균자책점 3.38) 등판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아 실전 등판이 없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날 특기인 강속구를 뿌리면서 희망을 키웠다.
평균 구속 150km대의 강속구를 지닌 프랑코는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구속 차이를 주며 타자들을 농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펜으로 등판했을 때는 평균 구속이 154km에 달했다. 다른 주무기 체인지업과 어우러지면 위력은 배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습경기 고작 1경기 치렀을 뿐이지만, 첫 실전피칭에서 두 투수가 모두 장점을 드러낸 호투를 펼친 것으로도 희망을 가지기엔 충분하다. 롯데는 설렘을 안고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