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추경] 재정건전성 빨간불…올해 추경 몇차례나 단행할까
입력 2021.03.02 11:00
수정 2021.03.02 11:01
작년 4차례 불구 올 예산 집행 단계서 또 추경, 국채발행도↑
KDI “소비활성화 정책, 방역정책과 상충할 수도 있어”
적자재정 속도에 우려, “재정수입 확보방안 강구” 필요성 제기
정부가 결국 2월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 이번 추경안은 2일 국무회의 상정·의결을 거쳐 4일 국회에 넘겨 심사·통과 후 효력을 갖게 된다.
당정청 간에 여러 차례 불협화음과 논의가 거듭된 끝에 정부는 당초 추경 불가입장에서 12조원대의 계획으로, 또다시 19조5000억원 대 규모로 확대하는 등 추경 지원범위와 수준을 놓고도 수차례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당청은 전 국민 지급을 포기한 대신 ‘피해 계층의 두텁고 넓은 지원’을 요구했고, 정부는 선별 지원을 지킨 대신 지원금을 확 늘리는 대규모 추경으로 매듭지었다.
선거를 앞둔 거대여당과 청와대의 4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추경 요구는 집요한 탓에 곳간을 못 지킨 행정부는 지난해 추경 적자국채 37조5000억원에 이어 10조원 가량의 국채를 또다시 발행해야 한다.
지난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전 세계적인 발생으로 인해 경제적인 피해는 막대하며 이로 인해 경기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는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는 추경을 통한 속도전이 필요하다며 4차례나 추경을 통해 지원에 나섰다. 총 67조원에 달하는 세금이 투입됐으며 국가채무는 GDP대비 43.9%로 적자 폭이 늘어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재정 투입과 관련해 “정부는 59년 만에 1년 4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등 310조원 규모의 과감한 지원대책을 신속히 추진해 왔다”면서 “그 결과 재정이 작년 성장에 기여하며 역성장을 완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시 민간이 어려울 때 재정이 제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분배와 고용 등 내수경기는 더 균형이 깨졌고 악화됐다. 정부 말대로 돈을 풀어 마이너스 성장을 수치상으로는 제어했을지는 모르나 투입된 재정 분배 효과를 보면 소득에 따른 간극은 더 벌어졌다.
재정일자리 역시 급격히 늘렸지만 주저앉는 고용악화는 막지 못하고 역대 최악의 상황을 거듭하고 있다.
홍 부총리도 “수출 선방과는 달리 장기화되는 내수 부진과 그에 따른 민생 어려움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연말 지난 1차 재난지원금 효과분석으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1차 재난지원금 소비 진작 효과는 30% 정도에 그쳤다는 결과를 내놨다.
KDI는 지원금 사용가능업종에서 전체 투입된 재원에 비해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으며, 매출감소 피해가 큰 대면서비스업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미미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추이를 보이며,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체감경기와 인허가업종 휴폐업률 안정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감염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비활성화 정책은 방역정책과 상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짚었다. 과거 소득분위 등 간접적인 기준보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 정도에 맞춰 소득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2·3차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정부 ‘확장 재정론’ 확고, 추경 속도전 올해 더 빨라져…포퓰리즘까지 가세
이와는 달리 4차례 추경 효과로는 연간 경제성장률을 0.5%p가량 높일 것이라는 KDI의 분석도 지난해 나왔다.
KDI는 전망치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전망했는데, 이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없었다면 -1.6%까지 내려갔을 것이다”라고 설명하면서 “확장 재정이 당분간 필요하다”며 정부 입장을 뒷받침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정지원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위기에 재정이 방파제와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경제 피해 정도가 커지고 지원 형평성에 대한 업계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지난해 한 해 4차례의 추경 편성이라는 이례적인 집행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1·2분기에는 역성장 했지만 3분기부터는 반등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지난해보다 더 빨라진 속도다. 558조원 규모 ‘슈퍼 예산’이 확정된 와중에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목표로 또다시 대규모 추경 편성을 연초에 밀어붙였다. 더욱이 당정은 4·7재보궐선거 전에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채근해 포퓰리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번 추경 필요성으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분배악화 해소와 고용 안정을 들었다. 피해 계층의 ‘두텁고 넓은 지원’을 위한 추경은 말 그대로 돈으로 메우는 확장재정 밖에 별 도리가 없다.
1년여 동안 전 국민에 재정지원금을 포함한 4차례에 걸친 추경 지원으로도 어려웠다면 올해 예산 편성은 좀 더 줄이고 더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월말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다고는 하나 집단면역 체계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도 이번 추경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커질 수 있고 피해구제용 재정 지원은 이제 당연시됐다.
나라곳간 어떻게 메우나…국채·재정건전성 부담, 이젠 증세론도 솔솔
문제는 재원이다. 써야할 돈은 자꾸 줄고 국채는 나날이 늘어 국가 재정건전성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48.2%에 육박한다. 1년 만에 8.4%p가 급증한 것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지적은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없이 제기돼왔고 심지어는 홍 부총리까지 나서 “재정을 맡은 입장에서 재정의 수지나 국가의 채무, 또는 재정건전성 문제를 같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도 헤아려달라”고 읍소했다.
재정건전성 지표 악화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에 정부도 재정준칙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또는 통합재정수지 –3%를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재량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운용 효율성을 높인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한계상황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최근 이미 발행한 막대한 국채와 앞으로 재정 확보를 위해서라도 증세 논의를 본격화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이유다.
빚내서 쓴 만큼 증세를 통한 수입 확대와 재정지출 축소만이 답이라는 논리다. 장기적인 재정수입 확보 방안도 점차 강구해야 한다는 게 일각의 우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시점에서의 증세는 성장률을 더 낮출 수 있어 현실적으로는 증세보다는 재정 누수를 막아야한다는 증세 불가론도 맞서고 있다.
재정건전성의 빠른 저하는 국가 신용을 저해할 위험도 있어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속도조절과 특단의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