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보다 더 뛰겠다'는 이낙연, 4·7 재보선에 '득 될까 실 될까'
입력 2021.03.02 05:00
수정 2021.03.02 05:30
李, 당 대표 사퇴 후 선대위원장 맡을 것으로 알려져
당내 "진짜 후보보다 열심히 뛸까 걱정" 우스갯소리도
지원유세 요청 쏟아지던 4·15 총선 때와 다른 분위기
'이낙연 대망론' 작년과 달리 올해 지지율 급락한 탓
"제가 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당에서 정해주는 대로 (역할을) 하겠다. '서울도 부산도 후보보다 이낙연이 더 뛰더라'는 말을 듣고 싶다.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필승 의지를 다지며 밝힌 각오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였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선거 캠프를 방문했을 때도 "누가 됐든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이 이겨야 하고, 이길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 저는 '후보보다 더 많이 뛰더라, 더 열심히 하더라'라는 말을 듣겠다는 약속의 말씀도 드린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1일 우상호 예비후보를 꺾고 민주당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 당헌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2022년 3월 9일) 1년 전인 오는 9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4·7 재·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보 지지율 회복이 절실한 이 대표 입장에선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반전의 계기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만큼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재보선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 대표에게 마지막 기회"라며 "만약 결과가 좋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울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재보선 승리를 향한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진짜로 후보보다 더 열심히 뛸까봐 걱정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며 "지난 21대 총선 때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실의 한 관계자도 "당 대표가 열심히 지원유세를 하면 도움은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지난 총선 때랑 지금은 이 대표의 지지율이 상당히 달라졌기 때문에 그때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낙연 대망론'이 한창이던 지난 4·15 총선 정국 당시엔 전국 곳곳에서 이 대표에게 지원유세 요청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그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총선 땐 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 대표가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낙연 효과'가 먹혔지만, 올해는 '이낙연 효과'가 먹힐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 대표의 지지율이 급락한 탓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작년 4·15 총선 직후 40%까지 돌파하며 줄곧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해 당 대표 취임 이후 서서히 하락하더니 올해는 10% 초·중반까지 내려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해 4월 20∼24일 전국 성인 2,55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1.9%p)한 결과, 이낙연 전 총리는 40.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보다 무려 10.5%p나 오른 수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4%를 얻었다. 같은 조사기관에서 지난달 22일~26일 전국 성인 2,5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15.5%, 이 지사는 23.6%를 기록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요즘 이 대표의 지지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서울·부산 보궐선거) 후보들이 이 대표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각 진영별 후보 경쟁력을 앞세운 '인물론 대결'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고, 코로나 정국에서 대규모 유세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