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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습 드러낸 현대차 EV 도약 선봉 아이오닉 5, 관건은 신뢰성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2.23 16:28
수정 2021.02.23 16:31

성능, 활용도, 디자인, 가격 등 다양한 강점

코나EV 악재 벗으려면 신뢰성 철저하게 검증해야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연초 선언한 ‘전기차 도약 원년’을 이끌 아이오닉 5가 23일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모델이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가 처음으로 장착된 모델이다. 아이오닉 5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아이오닉 브랜드, 나아가 기아 CV, 제네시스 JW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후속 전용 전기차 라인업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른바 ‘첫 단추’인 셈이다.


이날 공개된 아이오닉 5의 면면을 살펴보면 외관과 스펙 상으로는 상당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25일부터 사전계약이 시작되는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72.6kWh 배터리가 장착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최대 430km 수준이다. 자체 측정 결과지만, 정부 인증 방식으로 측정한 만큼 여기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출시된 전기차들 중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지만,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의 코나EV(406km)보다 월등히 높지는 않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크게 어필할 만한 요소가 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E-GMP를 공개하면서 이 플랫폼 적용 차량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국내기준 500km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어, 오히려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58.0kWh 배터리를 장착한 스탠다드 모델은 주행거리가 이보다 더 짧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으나 400km에 못 미칠 수도 있다.


다만 급속충전 기능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출퇴근 등 시내주행 용도로 활용할 경우 배터리 완충 보다는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만큼만 충전할 수 있도록 하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은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80%를 채울 수 있다. 5분 충전시에는 100km 주행이 가능하다. 사실상 휘발유나 경유차 주유 시간 만큼만 투자하면 1시간 이상은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급속충전 기술은 테슬라가 수퍼차저를 통해 선보인 바 있지만, 현대차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의 강점을 살려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는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내연기관차 못지 않은 가치를 제공한다. 후륜에 기본 탑재되는 모터는 최대 출력 160kW, 최대 토크 350Nm이며 트림에 따라 전륜 모터를 추가해 사륜 구동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사륜구동 방식의 경우 합산 최대 출력이 225kW, 최대토크가 605Nm에 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이 5.2초에 불과하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면서 낮아진 무게중심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최대 강점이다. 핸들링과 고속주행 안정성이 높아지며 달리는 재미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1974년 공개된 현대차의 첫 전용 모델 포니의 디자인을 계승한, 단순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직선형 디자인으로, 지난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콘셉트카 ‘45’의 모습을 양산형에서도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


콘셉트카 시절부터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던 만큼 양산차인 아이오닉 5 역시 디자인적 강점을 어필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경쟁차들과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장점도 두루 갖췄다. 특히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을 통해 아이오닉 5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앞서 현대차는 아이오닉 5 티저 영상을 통해 야외에서 아이오닉 5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 다양한 전자제품 활용의 예를 보여준 바 있다.


고객들이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차량의 인테리어 부품과 하드웨어 기기, 상품 콘텐츠 등을 구성할 수 있는 고객 경험 전략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반영한 점도 아이오닉 5의 차별점이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롱레인지 기본 트림(익스클루시브)이 5000만원대 초반, 고급 트림(프레스티지)이 5000만원대 중반으로 모두 보조금을 100% 지급받을 수 있는 가격 기준(6000만원 미만) 이내에 들어온다.


테슬라가 모델Y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며 기본 트림 가격을 5999만원으로 맞췄지만, 주행 거리가 긴 롱레인지(6999만원)와 고성능 퍼포먼스(7999만원) 트림은 6000만원을 넘겨 보조금을 50%밖에 받을 수 없다.


차량 가격에 구매 보조금(서울시 기준 1200만원)까지 감안하면 아이오닉5와 테슬라 모델Y 두 차종의 롱레인지 기준 가격차는 2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코나EV. ⓒ현대자동차

이처럼 성능, 상품성, 디자인, 가격 측면에서 아이오닉 5는 높은 경쟁력을 갖췄지만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아이오닉 5 출시를 앞두고 불거진 코나EV의 화재 이슈다.


아직 국토부에서 사고 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라 현대차 자체의 기술적 한계인지, 배터리 결함인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면서 불거진 문제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 구매를 꺼리는 요인이 된다.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적용 모델이라는 점이 얼리어답터들에겐 구미가 당기는 일이겠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초기에 구매하면 마루타가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아이오닉 5의 초기 판매 물량이 무탈하게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며 신뢰성을 증명할 경우 후속으로 나오는 아이오닉 시리즈는 물론,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 CV와 제네시스 JW 등 현대차그룹 내 다른 전기차 모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나EV 화재 사태가 발발한 상황에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도 문제를 일으킬 경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사업은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초기 출시물량부터 생산 과정에서의 철저한 품질관리는 물론, 구조적 안전성도 재차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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