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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라지는 네이버 실검, 연예계 ‘인위적 조작’ 피해도 사라질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2.24 09:08
수정 2021.02.24 09:10

네이버, 2월 25일 실검 서비스 종료

"어뷰징 아닌 콘텐츠 경쟁 기대"

ⓒtvN

“저희 유니콘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합니다”


포털 업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첫 장면이다. 방영 당시 이 드라마는 업계에서 수작으로 평가됐다. 이유는 실제 벌어지고 있는 주요 현상을 드라마적 요소로 잘 버무려 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포털에서 발생하는 많은 이슈들 가운데서도 ‘실검’(실시간 검색어)과 관련한 논란들에 관심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25일부터 실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2월 25일 실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포털사이트 다음도 실검 서비스를 없앴다. 이로써 2005년 다음과 네이버가 처음 도입했던 실검 서비스는 16년 만에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당초 실검은 ‘정보의 다양성 확보’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초기부터 실검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제기됐고, 이들이 밝혔던 취지는 도입과 동시에 빛이 바랬다. 다음이 서비스 종료 당시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고 언급한 바와 같이, 실검은 여론 조작, 검색어 마케팅 등 각종 논란의 근원지가 됐다. 분야를 막론하고 실검 올리기에 혈안이 돼있었고, 특히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들어낸 곳이 연예계다.


‘실검’에 이름 혹은 프로그램명이 뜬다는 건 대중의 관심을 보여주는, 인지도의 지표로 작용했다. 매니저, 홍보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실검 올리는 방법 좀 알려달라” “실검에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다수 있었고,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지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OOO씨 이름이 올라갔다”는 식의 이야기를 흔히 해왔다. 연예인의 팬클럽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축하 메시지를 실검에 띄우기 위한 공세를 벌였다.


대중을 상대로 인위적으로 만든 검색어는 한동안 연예계 관계자들의 주요 관심거리였다. 한 홍보 관계자는 “과거 검색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새벽시간대를 노려 홍보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때 성행했던 바이럴 업체와 연예인 팬덤의 총공을 통해 실검 조작이 가능하다는 건 이미 검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실검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미 연예계의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즉 실검이 사라져도 현재 마케팅 방법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거라는 것이 홍보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동시에 실검은 선정적 기사를 쏟아내는 일부 언론의 어뷰징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실검을 포함시켜 기사를 작성하면, 그 기사의 질적 완성도나 팩트와는 무관하게 조회수가 보장됐다. 더구나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선 다수의 매체와 상위에 배치돼야 하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어뷰징 기사를 쏟아냈다. ‘돈’이 되니 주요 언론사들도 어뷰징에 가세했고, 어뷰징을 주요 업무로 여기는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가 대거 설립되기도 했다. 예컨대 그 당시엔 “기자 3명을 실검 대응으로만 굴리면 하루에 1000만원씩 챙겨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때문에 네이버가 실검 폐지를 결정하면서 언론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매체 A기자는 “이전보다 수적으로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온라인 매체들이 실검 어뷰징 팀을 가동하고 있다. 한 매체의 경우엔 ‘실검 매뉴얼’까지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시기에 따라 매뉴얼도 조금씩 바뀌지만 예를 들자면 검색어의 정확도는 물론이고, 바이라인의 위치, 최대한 짧은 제목 등 다양한 내용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실검이 없어진다고 하니 당장 실검을 통해 벌어들였던 클릭수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난감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네이버 첫 화면

실검을 통한 어뷰징 기사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설리나 구하라를 들 수 있다. 실검에서 비롯된 끊임없는 어뷰징 기사, 그 기사에 달린 악플 공세는 고스란히 연예인 개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또 오보나 가짜뉴스가 실검에 오른 이후 ‘배껴쓰기’로 인한 피해를 입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신인의 경우 노이즈마케팅을 해서라도 실검에 올리려고 하지만, 이슈가 되는 만큼 피해가 돌아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소속 연예인들의 악플이 실검과 실검에서 비롯된 여뷰징 기사를 통해 양산된다. 실검이 폐지된다면 신인들을 알릴 수 있는 여러 창구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지만 무분별한 어뷰징 기사 양산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반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검이 사라진다고 지금과 같은 기사 생산 방식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A기자는 “이미 실검을 비롯해서 연예인이나 화제의 인물의 SNS와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네이트판, 국민청원 등 다양한 통로에서 소스를 찾고 있기 때문에 실검 하나가 사라진다고 기사를 만들어 내는 것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으로 본다. 특히 소위 ‘저질 기사’라고 불리는 류의 기사들도 실검 폐지와 함께 사라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CP 매체인 한 일간지 온라인 부서의 B기자는 “실검이 사라지면 검색제휴 매체의 경우 트래픽이 크게 떨어질 테지만, CP매체의 경우는 실검 보다는 네이버 메인에 노출되면서 유입되는 트래픽이 많았기 때문에 크게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CP 매체 역시 검색어를 통한 유입이 사라지면서 전반적인 트래픽 감소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극단적으로는 메인에 노출되기 위해 ‘단독’이나 ‘직격 인터뷰’ ‘종합’ 등 꺽쇠를 달아내는 기사가 지금보다 더 남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실검 폐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46.7%가 “(폐지를) 지자한다”고 밝혔고, “반대한다”는 26.8%에 불과했다. 26.5%는 “관심없다”로 나타났다. 또 실검 운영에 대해 “부작용·폐해가 더 크다”가 44.3%로 나타났다.


한 연예 홍보 마케팅 관계자는 언론사의 조회수가 떨어지겠지만 궁극적으로 더 나은 환경으로의 변화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내 가수, 내 배우를 홍보하는 동시에 실검 전쟁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검이 사라진다면 어뷰징 경쟁이 아닌, 콘텐츠 경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검 폐지를 단순히 트래픽 하락 수준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론가는 “아직까지 일반인들, 특히 포털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10대부터 20대, 30대의 경우는 실검 의존도가 크다. 포털사이트 역시 실검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각종 논란에도 실검을 유지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네이버가 실검을 포기하는 건 포털에서 더 이상 뉴스가 대중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미 포털에서 뉴스의 상품 가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실검을 폐지하지만 후에는 메인에서 뉴스 섹션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언론은 이를 대비해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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