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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배터리 전쟁서 최종 승리…SK와 손 잡을 가능성은(종합)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02.11 09:33
수정 2021.02.11 09:42

LG에솔, 영업비밀 침해 소송서 3년 다툼 끝에 승리

美 대통령 60일 이내 거부권 행사시 LG·SK '사태 반전'

SK이노, LG에솔과 합의에 속도낼 듯…배상 규모 관건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햇수로만 3년을 끌어온 LG-SK 배터리 소송의 최종 결과는 LG의 승리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기술 탈취 여부를 두고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최종 승리를 거머쥠에 따라 향후 법적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 아직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이 남아있지만,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만큼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전지사업부)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지난해 예비결정을 그대로 인용하고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제품에 대해선 10년간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일부 배터리 제품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1·2공장 가동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ITC는 미국 고객사들의 피해를 고려해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허용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입이 전면 금지되기 전에 이들 완성차들이 사실상 다른 공급처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SK이노베이션에게 큰 실익은 없다.


배터리 소송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한다. ITC는 지난해 2월 SK 조기패소 결정(예비결정)을 내렸으나 SK의 요청으로 두 달 뒤인 4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ITC는 세 번의 연기 끝에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기술탈취 입증 결과" vs SK이노 "아쉽다"


이번 ITC의 최종 판결을 놓고 양사의 희비가 교차했다. 승소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판결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소송이 사업 및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법적 조치로써 30여 년 간 수십 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산업에 있어 특허뿐만 아니라 영업비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인식됐으며, 향후 글로벌 경쟁사들로부터 있을 수 있는 인력 및 기술 탈취 행태에 제동을 걸어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이 보호받고 인정받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전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결정이소송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밟겠다고 밝혀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SK이노베이션 김철중 전략본부장, 김준 총괄사장, 이장원 배터리연구소장, 지동섭 배터리사업대표, 김유석 배터리마케팅본부장(자료사진)ⓒSK이노베이션

향후 절차는? 美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SK이노 항소 '관건'


SK이노베이션이 사실상 패소했지만 아직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이 남아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적으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ITC 최종판결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통지된 날에 효력을 상실한다.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을 단행하는 등 바이든 정부에 친화적인 신호를 보내온 만큼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고, 기후변화 과제 해결을 위해 전기차 육성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 1·2공장 운영으로 창출한 일자리는 약 2600개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 말 지역 교육기관에 3만 달러(약 3360만원)를 기부하고, 의료기관에 코로나19 검진 지원을 위한 기부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날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절차와 관련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사업장을 두고 있고 대규모 생산 및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쉽게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소송 결과 발표 후 60일 이후에는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입금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 '골든타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영업비밀 침해건을 두고 앞서 5곳의 기업이 ITC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패소 결정이 뒤집힌 적은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직원들이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

LG-SK, 합의에 속도낼 듯…조 단위 배상액 '관건'


60일간의 심의 기간 동안 SK이노베이션은 공탁금(Bond)을 걸고 LG와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 60일 이후에는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 기간 안에 합의를 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한창 키워야 할 사업이 이번 소송으로 전면 차단되는 걸 용납하기 힘들다. 미국내 수입금지 조치로 치명상을 입는 것 보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고, 수주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금을 매년 필요로 하는 만큼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이득이다.


다만 이번 승소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게 대규모 배상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납득할 만한 합의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입장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작년 2월 조기패소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경쟁사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의견 등을 종합하면 LG측이 원하는 배상액은 2조8000억원대인 반면 SK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수 천억원대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 결과로 합의금은 바뀔 수 있다.


합의금에 대한 편차가 큰 만큼 막판 합의를 두고 양사간 진통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정세균 총리가 공개적으로 화해를 촉구한 데다 대규모 투자 등 시장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양사가 끝내 합의를 도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때 합의액수 및 방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알려진대로 합의금이 수 조원대라면 SK가 한 번에 감당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따라서 일시금 지급 보다는 일정 기간을 두고 나눠 지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SK측이 상장을 앞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주식 절반을 LG가 투자하는 형식으로 LG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송이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양사가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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