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르노삼성 생산비 줄이라는데…현대차만큼 달라는 노조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2.10 11:00 수정 2021.02.10 11:05

르노삼성 노조 "16년 전 현대차보다 3% 더 준다고 했다"

르노그룹 부회장, 생산비용 못 낮추면 XM3 배정 재검토 시사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그룹으로부터 부산공장의 XM3 생산비용을 현재의 절반가량인 스페인 공장 수준으로 낮추라는 경고를 받고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16년 전 임금조정 합의서를 들이밀며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요구해 현실 인식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8일 소식지를 통해 2005년 임금협상 당시 사측과 체결한 임금조정 합의서를 공개했다.


합의서 내용을 보면 ‘고정급여 인상은 리딩 컴퍼니의 2005년 기본급 예상 인상액을 반영해 리딩 컴퍼니 대비 급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직군, 직급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해 인상 조정한다. 총 평균 고정급여액을 리딩 컴퍼니 대비 3% 우위 수준에서 조정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언급된 리딩 컴퍼니는 업계 1위 기업인 현대차다. 당시는 르노그룹이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뒤 SM3와 SM7을 잇달아 출시하며 의욕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시기였다. 1위 기업 현대차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가 실적 부진으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생존 계획(서바이벌 플랜)에 나선 상황에서도 당시의 합의를 언급하며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누가 현대차보다 더 많은 임금을 달라고 했나. 적어도 비슷하게는 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의 매출총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2019년 기준 6.8%로 현대차(13.3%)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노조가 이런 주장을 펼친 다음날 모기업 르노그룹에서는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으로부터 일종의 ‘경고장’이 날아왔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르노삼성의 약속을 믿고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배정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부산공장의 제조원가는 스페인 공장의 두 배에 달한다”면서 “부산공장이 스페인에서 만드는 캡쳐와 동일한 수준의 제조원가로 XM3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XM3 수출물량 배정을 재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내수 판매량이 적정 생산량(20만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르노삼성으로서는 르노그룹으로부터의 수출물량 배정이 생존을 좌우할 중요 사안이다. 르노그룹 수뇌부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동종업계 최대 기업인 현대차와 비슷한 임금을 받아야겠다는 노조의 요구는 르노그룹이 전혀 고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르노그룹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전세계에 배치된 산하 공장들간 경쟁력과 효율성을 비교해 생산물량을 배정한다.


르노그룹은 품질(Q), 비용(C), 시간(T), 생산성(P)을 주요 항목으로 하는 QCTP 지표를 통해 르노 그룹 내 속한 전세계 총 19개 공장들간 생산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으며,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QCTP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르노그룹 내 1~2위를 유지했으나 2019년 5위, 2020년 10위로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 점수는 지난해 기준 르노그룹 소속 전세계 19개 공장 중 1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 경영진이 르노그룹에 ‘부산공장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같은 나라에 속한 현대차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과 맞추려면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어필한들 받아들여질 리 없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규모도 다른데, 같은 제품을 생산한다고 같은 임금을 받아야 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특히 해외 기업의 국내 자회사들은 그룹 내 다른 공장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