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뛰어넘은 수요에 LCD 가격 강세...삼성·LG 즐거운 고민
입력 2021.02.09 15:17
수정 2021.02.09 15:25
코로나19로 인해 TV 수요 급증으로 가파른 오름세...55인치 182달러
올해 170달러-내년 160달러선 전망...고수익 가능해 연장생산 지속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밀려 구세대 디스플레이로 여겨지던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심상치 않다.
공급 부족에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LCD사업에서 철수하려던 국내 업체들도 연장 생산과 함께 즐거운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월 초고화질(UHD)급 TV용 55인치 LCD 패널 평균 가격은 182달러로 전월(175달러)대비 7달러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년전 102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약 8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수요로 글로벌 TV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패널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비수기인 1월에 가격이 상승한 것도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패널을 구매하려는 TV 제조사들의 선구매 수요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아직 LCD가 TV 등 중대형 패널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점차 생산캐파(생산력)를 줄여 나가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이러한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다. 현재로선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그동안 지나치게 가파른 오름세를 보여 온 만큼 점차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현수 하나금웅투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중국 춘절 이후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연말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연초 중국 춘절 수요로 이어지는 세트 수요 성수기 이후 매년 패널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더라도 수익성의 척도로 일컫어지는 150달러선은 지속적으로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1년과 같은 가파른 상승세는 유지할수 없겠지만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충분히 수익성을 담보할만한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55인치 LCD 기준 올 1분기 평균 가격은 186달러를 찍은 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겠지만 연내 170달러선을 웃돌고 내년에도 160달러대는 유지할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에는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TV 구매 수요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며 TV 제조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패널 구매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옴디아는 올 1분기 TV 제조사들의 LCD 패널 구매량이 전분기 대비 5%, 전년동기 대비 16% 증가하는데 이어 2분기에는 구매 물량이 전 분기 대비 20∼2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LCD 패널 가격이 내년까지도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축소에 이어 철수를 계획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도 전략을 변경, 연장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패널 판가 상승으로 손익분기점은 물론 높은 수익성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그대로 외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단 LCD 패널 생산을 연장하기로 한 상태로 LG디스플레이도 현 설비를 활용해 패널을 생산 중이다. 추가 자원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는 없지만 연장 생산 기한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고객들의 수요와 가격 추이 등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LCD 연장 생산 방침과 계획을 변경하는 보다 유연한 전략으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현재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도 연장 생산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 패널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물론 OLED와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내겠지만 현재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