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부동산 시장 안정 시킬까
입력 2021.02.02 05:00
수정 2021.02.01 17:05
단기적으로 개발 기대감에 따른 집값 상승 불가피
충분한 공급,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 도움 예상
예측 가능한 주택공급 정책...“집값 폭등은 없을 것”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든 여야 주요 후보들이 부동산 핵심공약으로 강남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다. 현 부동산 시장 불안 원인을 공급 부족 때문으로 보고, 서울 핵심지역에 효과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고가의 아파트를 짓게 되면 집값이 오르고 투기세력 억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개발 기대감에 따른 집값 상승이 있을 수밖에 없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서울 집값이 오른 이유는 결국 고급 인프라가 다 갖춰진 강남에 들어가고 싶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재건축·재개발은 단기적으로 보면 호재이니 오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수요가 있는 지역에 공급을 충족시키는 것이니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사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아파트를 최신식의 새로운 물건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면 가격은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고,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는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오래된 많은 아파트들의 주거안정이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양질이 아파트를 공급할 의무 또한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충분하다면 가격 안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이 집값 상승을 가져오는 것은 막을 수 없으나, 시장에 규제완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예측가능한 주택공급 정책을 펼치면 지금처럼 집값 폭등 수준까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재개발을 언제까지 틀어막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정비사업을 모든 사업지에 한 번에 풀어주는 것은 시장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지만,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집값 급등이라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여부 한가지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재건축·재개발을 규제하는 것은 수많은 규제 정책 중 하나로, 단순하게 정비사업 규제를 푸느냐 마느냐가 집값 안정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각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막아서 집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라며 “모든 부동산 정책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도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는 쪽으로 가야하겠지만, 재개발·재건축이 집값 안정을 위한 유일한 열쇠는 아니다”라며 “세금·규제 등 모든 부동산 정책이 맞물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있어야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무조건적인 규제완화는 위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공공재건축이 외면당하는 이유 역시 쉽게 말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 교수는 “재건축은 사업성이 있어야 한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면 누가 사업을 추진하겠느냐”며 “과거 뉴타운을 지정했다가 해제한 것도 사업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은 주택 공급 부지가 부족한 도심지에 용적률을 높여 기존 주택을 대체하며 추가적으로 공급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 장점”이라며 “다만 지금 재건축 규제를 풀게 되면 소유주들만 막대한 돈을 벌게 된다.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우리사회가 잘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