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개시 전 윤석열의 시간…월성원전·김학의 결론낸다
입력 2021.01.31 07:00
수정 2021.01.31 08:09
백운규 구속영장 청구 및 채희봉 소환 임박
산업부 공무원 삭제자료 공개되며 국민적 관심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덮었나…이성윤 겨냥
‘3월’ 공수처 업무개시 전까지 윤석열의 시간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이 되더라도 수사결과가 달라지지 않도록 검찰 선에서 마무리를 짓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어도 공수처가 업무를 개시하는 3월 전까지는 윤 총장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 5부는 지난 25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와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하며,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제성 평가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백 전 장관과 함께 월성 1호기 관련 사안을 협의한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대한 소환도 곧 이뤄질 방침이다. 감사원 감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 중에는 '산업정책비서관 요청사항' 등 청와대 보고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2018년 5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돼 있는 한 문서에는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즉각 가동중단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한수원 이사회는 물론이고 경제성 평가 결과도 나오기 전 시점이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한수원을 압박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도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가짜 내사번호 등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지고 사후 권력 핵심 인물들이 개입해 조직적으로 이를 무마하는 등 적법절차 원칙을 어겼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당초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수사중단'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국민권익위에 제출된 2차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대검 반부패부는 "수사를 진행하지 말고 종결하라"는 취지로 안양지청 수사팀을 압박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 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26일엔 수사지휘 라인에 있던 검찰 간부로부터 수사 종결 경위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같은 날 수원지검은 대검 반부패부 압수수색을 진행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대로 이 지검장과 당시 대검 정책기획과장이던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 등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고위공직자들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공수처로 이첩될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사건 관련해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고, 공익신고서를 접수한 권익위 역시 공수처에 고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월성 1호기 사건 관련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첩을)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공수처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가,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소수의견이지만 재판관 3명이 이첩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면서 다소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헌재 결정 이후 김 전 차관 사건 이첩 여부를 밝힐 예정이던 김 처장은 "지금은 우리가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일단 유보한 상태다. 윤 총장 입장에서는 약간의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가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이첩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무마할 것이라는 의심이 있는 게 사실 아니냐"며 "윤 총장은 공수처가 업무를 개시하기 전 수사를 마무리하거나, 적어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을 수준까지 수사를 진행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