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 높아지는데”…씨티은행, 나홀로 고소득 전문직 공세
입력 2021.01.29 06:00
수정 2021.01.28 21:45
닥터론 한도 최대 5억5000만원…업계 최고 수준
“수익서 가계대출 비중 높아”…대신 금리 인상
씨티은행이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신용대출 시장에서 높은 한도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관련 대출 한도를 줄이며 속도 조절에 나선 국내 시중은행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본사가 해외에 있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국내 은행들보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개원(예정)의와 봉직의를 대상으로 판매 중인 ‘닥터론’ 상품의 최고 한도는 5억5000만원으로 타 은행들보다 약 2배 가까이 높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도 한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최저금리는 금융채 3개월 기준 연 2.63% 수준이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을 핀셋 규제하는 대책에 맞춰 작년 연말 전문직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없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전문직 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4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3억원에서 일괄 2억원으로 5000만원~1억원 낮췄다. 우리은행 역시 관련 대출 최고 한도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는 지난 6일부터 개업(예정) 의사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내주는 ‘닥터클럽대출-플래티늄’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봉직의 전용 신용대출에 개원의를 편입하면서 기본 한도(일반봉직의 기준)를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전문직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줄이고 나선 이유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축소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17개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은 은행들로부터 월별 대출을 포함한 연간 총량 관리 계획을 받고 있으며, 이날 회의에서는 대출 목표치를 줄이라고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9월과 11월에 이어 올 1월11일에도 관련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추가 엄포에 다시 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는 형국이다. 연초 주식시장이 급등하고 있는 데다 올 1분기 중 금융당국의 대출 추가 규제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수요가 몰려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135조664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133조6482억원) 대비 2조161억원(1.5%)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29일부터 ‘우리주거래직장인대출’, 의사·법조인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스페셜론’ 등 주요 10개 마이너스통장 상품의 최대 한도를 5000만원으로 하향조정한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22일부터 고신용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들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이 적고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상 고액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도는 유지하는 대신 지난 27일부터 12개월짜리 닥터론 연이율을 종전 5.43%에서 6.47%로 0.04%포인트 높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국내 시중은행에 견줘 당국의 눈치를 덜 보는 경향이 있긴 하다”면서도 “수익 부문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다른 은행들처럼 쉽게 신용대출을 줄일 수는 없다보니 대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