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전기요금 개편에 정치권 입김 너무 강해…독립적 규제기관 필요"
입력 2021.01.21 16:43
수정 2021.01.21 16:43
김영산 교수, 에경연 토론회서 이같이 밝혀
"재량 아닌 준칙으로 요금 책정 해야" 주장도
"전기요금 결정 과정은 원칙과 현실이 괴리된다. 원칙대로라면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의결한 후 한전이 주도권을 쥐고 정부, 전기위원회 순으로 심의·의결해야 하나 현실은 정치권과 국회에서 이미 정한 사안을 정부와 협의해 결론을 내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요식행위로 하고 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현행 전기요금 체제 개편 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김영산 교수는 "정치궈과 정부의 입김이 강한 구조가 고쳐지지 않는 한 아무리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제도 내에서는 독립적인 규제기관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연도부터 시행되는 원가 연동형 전기요금 체계 역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부터 시행된 원가 연동형 전기요금 체제는 경직적인 요금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여러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우려가 있다"며 "특히 정치적 필요와 개입에 의해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원가형 전기요금 체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업자 측면에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원가를 요금에 반영해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 측면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임 교수에 따르면 연료비가 상승하는데 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자 측면에서 과소비가 발생할 수 있고 비효율적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그는 이와 관련해 "연료비가 전기료에 반영이 안돼 석유난방보다 전기난방이 싸졌다고 가정해보자"며 "소비자들은 전기난방에 필요한 설비를 구입하게 되고, 이 경우 나중에 요금을 높이려고 해도 잠금효과 때문에 되돌리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연료비 상승분이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공급자 측면에서도 적자가 발생하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원가를 반영하는 것이 소비자, 공급자 측면에서 모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임 교수는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전기요금에 개입을 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러한 점에서 연료비 조정제를 재량보다는 준칙을 통해서 명확하게 요금 책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영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작년 한전의 총괄원가가 56조원, 이중 연료비 비중이 46조원으로, 전체 원가의 82%가 연료비로 구성돼있다"며 "기존 체계에서는 연료비가 10% 오를 경우 변동분 4조6000억원을 한전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전으로서는 재무적 안정성이 열악해지고 투자 비용 상실, 서비스 질 하락 등의 문제를 낳는다. 지금이라도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박 전무는 이어 "연료비 연동제는 예외 사업을 만들지 않고 쭉 적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도시가스의 경우 정치적 문제, 물가 안정 문제 등으로 유보된 적이 있듯이, 한번 유보되면 자꾸 유보될 수 있는 사유가 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에경연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을 감안해 실시간 ZOOM 및 유튜브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