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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재주는 SK가 부리고 생색은 정부가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1.01.22 07:00
수정 2021.01.22 05:25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기지로

文 대통령 "이번 계약은 기술이전까지 받는 특별한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20일 오전 경북 안동시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코로나19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며 최태원SK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곗돈을 거둬 술을 사면서 마치 자기가 사는 것처럼 생색낸다는 뜻의 '契酒生面(계주생면)'이라는 사자성어도 비슷한 맥락이다.


요즘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두고 하는 행보가 이와 비슷한 거 같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코로나 백신 국내 판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기술이전이 이뤄지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해당 백신의 국내 판권 등 여러 권리를 갖게 될 전망이다.


제약사의 주문이 있어야 생산해서 정해진 시기까지 공급하는 단순 위탁생산(CMO)과 달리 기술이전은 특정 기간 해당 지역에 백신 생산권과 판매권을 일임하는 것이다. 노바백스의 별도 주문 없이도 생산이 가능해 의사결정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도 지난해 7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CMO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오랫동안 백신을 개발·생산한 역량을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이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러한 백신 개발·생산 역량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게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태원 SK회장은 1993년 대덕연구원에 'P프로젝트팀'을 꾸리고 처음으로 바이오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이후 최 회장이 뚝심 있는 투자를 지속한 결과 2015년 국내 최초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선보였고, 2016년에는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를 출시하며 전 세계에 SK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장티푸스 백신, 소아장염백신, 자궁경부암백신, 폐렴구균백신 등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백신 회사로 성장했다.


흐뭇한 마음이 드는 건 문재인 대통령도 다르지 않은가 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찾아 "이번 계약은 생산뿐 아니라 기술이전까지 받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 백신 개발을 앞당기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예정대로라면 내년에는 우리 백신으로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SK는 20년 전부터 백신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키워 그런 노력이 지금 오늘 우리가 안전하게 백신을 공급받고 우리 백신을 개발하는 토대가 됐다"면서 "최 회장님과 SK그룹에 특별한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백신 확보에 미온적인 데다 투자에도 인색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기업의 성과에 숟가락을 얹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연말 백신을 뒤늦게 구하러 다니면서 마치 국민 안전을 고려해 천천히 구매한 것처럼 포장한 게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일 것이다.


'K방역'이라는 자화자찬 뒤에는 국민의 인내와 시민의식이 있었고, 'K백신' 뒤에는 국내 기업의 피땀이 담겨 있다. 기업들을 응원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낌없이 하되 낯 뜨거운 생색은 이제 그만 넣어둘 때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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