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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언제까지”…어설픈 관치에 주름 깊어지는 은행권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1.01.22 06:00
수정 2021.01.21 15:17

당국,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이자유예 조치 재연장 추진

정치권도 이자제한에 이익공유제까지…“과도한 시장개입”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입김에 은행권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픽사베이

은행권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잇따른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3월 끝나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조치를 재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아예 이자를 받지 말라는 것은 물론 이익공유제까지 요구하고 있어서다.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이후 시행됐던 금융권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출만기 연장과 별개로 이자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시중은행장들은 지난해 12월 은 위원장이 개최한 ‘코로나19 대응정책 평가 간담회’에서 기업 이자유예 조치는 연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차주의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이자상환을 추가로 연장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부실폭탄 위험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은행 창구에 있는 직원들이 본인이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 공과금, 전기료 납부 등을 체크하며 모니터링 하고 있어 이자지급 아니라도 기업의 부실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부실 기업들의 공과급 지연 납부를 알 수 없다”며 “단 담보 물건이 압류 됐을 경우에는 파악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이미 늦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 위원장이 재연장 의지를 밝힌 만큼 내달 설 연휴 전후쯤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게 불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업종은 금융업”이라며 “은행권도 금리를 낮춰주거나 불가피한 경우 이자를 중단하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중해야 한다”며 선긋기에 나섰지만 이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을 도우면서 악화하는 소득격차와 양극화를 완화하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익공유제 하나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적용 중인 대출 상환 유예의 재연장 외에 금리도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익공유제 추진을 위해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원 조달 방식은 국채 발행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이익공유제가 애초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폭증한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등 플랫폼 기업이 대상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많은 이익을 낸 은행권으로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이익을 나누자는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주주 소송 등 여러 가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도 부담인 상황에서 이익공유제의 타깃이 되다보니 답답하다”며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제적 이익 환수에 동원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공유제의 경우 경영진이 배임 문제 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며 “관치를 넘어 정치금융까지 시장 논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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