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뛴다-70] 아모레, 설화수‧라네즈 핵심 축으로…‘부활 날개짓’
입력 2021.01.22 07:00
수정 2021.01.22 07:07
임원 인사와 함께 대대적 조직개편
설화수·라네즈 분리해 별도 조직 신설
부진 겪는 로드숍 체질개선…“체험·소비자 중심”
오프라인 전용 제품 만들어 가맹점 상생도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출이 5조원 이하로 급락하면서 강도높은 사업재편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온라인 비중을 높이는 한편, 핵심 브랜드 설화수와 라네즈 등을 앞세워 환골탈태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변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그룹 매출은 4조5000억~5조원으로 회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4조7000억원이던 아모레그룹 매출은 이후 2016년 역대 최대 매출인 6조6976억원을 찍으며 2019년까지 6조원대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어려움이 배가 됐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자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점 매출 비중이 큰 탓에 중국 단체 관광객 감소에 따른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았다. 서울 명동 등 국내 주요 상권에 위치한 자회사인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주요 로드숍 브랜드의 매출이 부진한 데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채널 매출이 수직하강 했다.
특히 이니스프리의 빈 자리가 컸다. 이니스프리는 단일 브랜드 매출만 7000억 원 이상을 돌파했던 ‘효자’ 브랜드로서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입지가 막강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중국 현지 영업이 중단되면서 매장 매출 타격이 더욱 심화됐다.
이밖에 몇 년 전부터 H&B(헬스앤드뷰티) 스토어, 차별화 된 중소형 브랜드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대거 쏟아지는 등 유통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입지가 다시 한 번 흔들렸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사드 보복, 메르스 사태 등 악재에 따른 매출 타격을 경험했으면서도 만일의 환경 변화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및 채널 전략을 짜놓지 못한 점이 아모레퍼식의 취약점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만 하더라도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의 성장으로 지난해 반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 역경 딛고 ‘다시 도약’…“설화수·라네즈 내부적 거는 기대 커”
화장품 사업 의존도가 높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수익성 난항에 따라 전사적인 브랜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때 성장의 주 요인이었던 아모레퍼시픽·에뛰드 매장 정리에 속도를 높였고, 자사 최초 편집숍인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 역시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브랜드 별로 독자적인 성장 전략을 세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럭셔리 사업부에 묶여있던 설화수와 라네즈를 별도 유닛으로 분리해 사장 직속으로 편입시켰다. 각 유닛 책임자로 1970년대생 젊은 인사를 전진 배치했다. 설화수 브랜드 유닛장에는 임중식 상무(50), 라네즈 브랜드 유닛장에는 정혜진 전무(46)를 임명했다.
임 상무는 계열사인 아모스프로페셔널과 에스쁘아의 대표이사를 지낸 ‘브랜드 전략통’이다. 정 전무는 헤라 디비전장, 설화수 디비전장, 프리미엄 브랜드 유닛장 등을 거쳤다.
그간 설화수와 라네즈는 별도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달리 상위 조직에 포함된 형태로 운영돼 왔다. 럭셔리 브랜드·프리미엄 브랜드·뷰티영업·R&D(연구개발) 등 개별 유닛 산하에 설화수 디비전과 라네즈 디비전이 속해 있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설화수와 라네즈를 각각 유닛으로 승격시켜 마케팅과 영업 독립성과 권한을 높였다. 개별 브랜드를 유닛으로 독립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브랜드를 앞세운 이유는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을 견인하는 대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설화수는 사드 보복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국내 면세점 브랜드별 매출 순위에서 1위를 놓친 적 없는 ‘효자’ 브랜드로 통했다. 지난해 중국 광군제에서도 상위 전체 브랜드에서 ‘TOP7’을 기록, 자사 모든 브랜드 중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라네즈 역시 꾸준한 매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광군제에서 립슬리핑 마스크 예약 판매 첫 날 카테고리에서 Top1을 차지했으며, 슬리핑 마스크는 총 20만개 판매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을 주 타깃으로 라네즈 브랜드를 제2의 설화수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매출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은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중국은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별 화장품 수출 실적에서 점유율 42.4%로 1순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 총 141개를 정리해 연말 430개로 줄인데 이어 올해도 170개의 적자 매장을 추가로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점포 정리를 통한 손실 반영이 올해부터는 고정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반전의 기회는 디지털 전환에서 찾는다. 소비 구매처가 빠르게 변화되는 만큼 이커머스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 판매 통해 보다 많은 고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라이브 커머스의 성공 방정식을 발굴하는 등 디지털 마케팅 역량 강화도 추진한다.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 불필요한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효율을 줄여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등 선제적이고 세분화된 사업 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매장 역시 체험과 고객 관리 중심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이 밖에 남성 화장품과 맞춤형 뷰티 등 신성장 사업 발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가맹점과의 상생 문제는 오프라인 전용 제품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해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강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각 브랜드의 고유 가치와 시대 정신을 반영한 ‘엔진 프로덕트’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