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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병국 "안철수 선택, 높이 평가해야…국민의힘, 지금 선 넘고 있어"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1.01.17 09:00 수정 2021.01.20 17:35

작년 가을 '이화동 사랑방' 오픈한 정병국 전 의원

"음악 듣고 커피마시니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대학 때 '썸'타던 친구·배우 윤석화 등도 다녀가"

현실 정치 복귀?…무슨 일이든 선 긋고 싶지 않아"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사랑방'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징글징글한 정치인들만 만나다가 요즘 여기서 음악 듣고 커피마시니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하하하.(웃음)"


15일 오후 4시 45분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한 카페.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16대 국회부터 20대까지 경기도에서 내리 5선을 한 정 전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현재 잠깐의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화동 카페'가 아닌 '이화동 사랑방'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카페'라고 하면 돈 받고 커피를 판매하는 곳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의원은 이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손수 커피를 내려준다.


5분쯤 지났을까. 오른손에 케이크 상자를 든 손님이 수줍은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깜짝 방문'했다. 내부를 둘러보던 유 의원은 "이런 장소를 어떻게 구했나. 바깥 풍경이 너무 좋다. 정말 근사하다"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정 전 의원은 "2층에도 올라 가보라"며 작은 다락방도 자랑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케익 들고 '깜짝 방문'
정 전 의원, 손님들에게 커피 손수 내려 대접


15일 '이화동 사랑방'을 '깜짝 방문'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정 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 전 의원은 능수능란한 손길로 '커피 내리기'를 시작했다. 그는 의원 시절에도 의원회관 방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직접 갈아 커피를 내려 대접했다. 휴대폰 스톱워치를 켠 정 전 의원은 원두 가루에 물을 붓기 전 1분 30초 뜸을 들이고 30초 동안 물을 부었다. 그 다음엔 20초 뜸을 들이고 10초 동안 커피를 내렸다. 그는 "비니엄 홍이 가르쳐준 방식"이라고 했다. 비니엄인아프리카커피연구소장인 비니엄 홍(홍대길)은 아프리카 산지 커피 전문가다.


작년 10월에 문을 연 이화동 사랑방에는 그동안 다양한 손님들이 다녀갔다고 했다. 정 전 의원에게 가장 반가웠던 손님이 누구였는지 물었더니, 웃으면서 "대학 다닐 때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며 '썸'타던 친구가 왔었다. 대학 졸업 후 38년 만에 만난 거다. 정말 반가웠다"고 했다.


"문화예술인들 아지트…박정자·윤석화 선생님도 커피·와인 마시고 놀다가"
일주일 2번 非정치인들과 '공부 모임'…국민대서 문화정책 강의도 곧 시작


15일 정 전 의원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 전 의원은 요즘 문화예술인들을 많이 만난다고 했다. 그는 "여기는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다. 최근에는 배우 박정자 선생님, 윤석화 선생님 등이 커피·와인 마시고 놀다 갔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MB) 때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現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 전 의원은 16대 국회 입성 후 11년 동안 문체위에서 일했을 정도로 문화예술 및 관련 산업 등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 전 의원은 이 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비(非)정치인들과 '공무 모임'도 한다. 그는 "주말에는 주로 산 타고, 배 타고, 말 타고, 자전거 탄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올해부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문화정책 관련 강의도 한다.


그는 오는 2월 개강을 앞둔 청년정치학교(5기)에 대한 기대감·자신감도 드러냈다. 2017년 바른정당 창당과 함께 개교한 청년정치학교는 바른미래당 시절까지는 당에 소속 돼 있었지만 현재는 어느 당에도 소속 돼 있지 않은 상태다.


개교 때부터 교장을 맡고 있는 정 전 의원은 "청년정치학교는 특정 정당에 소속 돼 있지 않아 정당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부담 없이 입학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국민의힘(청년의힘) 산하 청년정치발전소랑 MOU(업무협약) 체결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도 열려 있다"고 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청년 공천 할당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지자체별로 만 39세 이하 청년 후보를 10%는 의무적으로 공천해야 한다'는 규정을 넣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청년정치학교를 통한 청년정치인 발굴과 함께 '블록체인 정당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당 대표 중심의 정당 체제는 '패거리 정치'의 주요 원인"이라며 "패거리 정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중앙집권화 된 정당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블록체인 정당 체제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단일화 놓고 안철수와 신경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에 우려
"안 대표 선택, 높이 평가해야…국민의힘, 지금 선 넘고 있어"


정 전 의원이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사랑방'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5선을 지낸 '베테랑 정치인'답게 정 전 의원은 선거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에 부쩍 더 힘이 들어갔다.


정 전 의원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방안을 두고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안 대표의 선택을 국민의힘 입장에선 굉장히 높게 평가해야 한다"며 "우리 방식대로 '안철수, 우리당에 들어와라' 이러는 건 맞지 않다. 지금 국민의힘은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평소 안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3월 초에 단일화를 얘기하든지 그 전에 안 대표가 우리 당에 들어오든지 둘 중 하나"라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정 전 의원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언제 다시 복귀하느냐'고 묻는 지역 지인"이라고 했다. 정 전 의원에게 물었다. "언제 플레이어로 다시 뛰느냐"고. "무슨 일이든 선을 긋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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