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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미의 여의도잼] '김무성의 시간'이 온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0.10.05 07:00
수정 2020.10.05 09:06

대권주자 발굴·정권 탈환 '판' 깔았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차출론도 '솔솔'

원외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영향력

조직력·동물적 정치 감각, 유일무이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5월 23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


보수 야권의 '킹 메이커'를 자임한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21일 포럼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세미나 직후 자신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만찬 자리에서 밝힌 각오다.


'마포포럼' 창업주인 김 전 의원은 지난 6월 17일 포럼 창립식 때도 "보수 진영이 어떤 대권주자를 내놓아야 할지 치열하게 토론할 것"이라며 정권 탈환 의지를 불태웠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역임한 김 전 의원은 한때 28주 연속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했던 적이 있는 만큼, 그에게 '킹 메이커'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단 그는 대선 후보 발굴 및 정권 탈환을 위한 '판 깔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오는 8일에는 마포포럼 세미나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및 차기 대선에 관한 구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청취하기로 했다. 이후엔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무소속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연사로 부른다는 계획이다.


포럼 세미나도 격주에 한번에서 주 1회로 늘리기로 했다. 원외 인사가 대부분인 보수 야권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정권 교체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마포포럼은 전·현직 의원 40여 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60여 명으로 불어나면서 야권 최대 모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당 안팎에선 '김무성 차출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였던 김세연 전 의원이 불출마를 못 박으면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권에 맞설 수 있는 압도적인 인물이 없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김 전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주변으로부터 "출마하라"는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선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최고위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원외에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부산에서 내리 6선을 한 김 전 의원은 지역 정가는 물론이고 여의도 중앙 정치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정국에서 어김없이 '김무성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터져 나온다.


2022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권주자 발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 전 의원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정치는 세(勢)'라는 말을 남겼듯, 대권까지 바라봤던 김 전 의원의 '세 규합' 능력은 차기 대권주자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30년 넘도록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쌓아온 김 전 의원의 '동물적 정치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야권 잠룡들이 '그'와 손을 잡으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전 의원은 2016년 11월 23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 "보수 재탄생의 밀알", 2018년 6월 15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 "새로운 보수 정당 재건"이라는 '역할'을 제시했다. 올 6월 마포포럼을 만들 땐 '킹 메이커'를 자임했다.


김 전 의원은 평소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을 즐겨 쓴다. 권력은 손에 쥔 모래와 같아서 움켜쥘수록 허망하게 빠져나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이 국방·외교 등 외치를 담당하고, 국무총리가 내치를 맡는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종종 주장해왔다. 김 전 의원은 보수 재집권을 위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나누고 있다. 나눌수록 커지는 권력의 역설처럼, 자신의 영향력을 나누고 있는 김 전 의원에게 '김무성의 시간'이 오고 있는 듯하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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