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 깨서라도 잡을게요" 세 딸 무속인 사주에 엄마 때려죽였다
입력 2021.01.16 05:25
수정 2021.01.16 01:25
무속신앙에 빠져 "패(때려) 잡아라"라는 지시에 친모를 둔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세 자매와 범행을 사주한 6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5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김소영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해자의 첫째딸 A씨(44)에게 징역 10년을, 둘째딸 B씨(41)와 셋째딸 C씨(39)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법원은 범행을 사주한 혐의(존속상해교사)로 D씨(69·여)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D씨는 사건 한 달여 전부터 A씨에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는데 모친이 기(氣)를 꺾고 있으니 혼내줘야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평소 무속신앙에 심취해 D씨의 말을 떠받들고 복종했던 세 자매는 '(친모의) 대가리를 깨서라도 잡을게요'라고 D씨에게 답장을 보냈다.
특히 D씨는 범행 하루 전날 "패(때려) 잡아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 자매는 지난해 7월 24일 절굿공이와 밀방망이 등 둔기를 챙겼다.
이들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를 돕기 위해 카페에서 일을 거들던 친모 E(69)씨를 CCTV 사각지대로 데려갔다.
세 자매는 그곳에서 지난해 7월 24일 0시 20분부터 오전 3시 20분까지 E씨를 나무로 된 둔기로 전신을 마구 때렸다.
이어 같은 날 오전 9시 40분께 폭행당해 식은땀을 흘리며 제대로 서지 못하는 E씨를 발로 차고 손바닥으로 등을 치는 등 여러 차례 폭행했다.
이들은 E씨의 상태가 나빠지자 오전 11시 30분쯤 119에 신고했으나, E씨는 1시간여 뒤 끝내 숨졌다. 사인은 위력에 의한 내부출혈이었다.
범행을 사주한 D씨는 세자매의 친모와 30년 지기다. D씨는 30년 지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 자매를 이용해 범죄를 사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검찰에게 "나는 무속인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D씨가 세 자매에게 수년간 경제적 조력을 한 점에 미뤄 이들 사이에 지시·복종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속신앙에 심취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기를 깎아 먹고 있으니 혼을 내주고 기를 잡는다는 등 명목으로 사건을 벌였고, 그 결과 피해자가 사망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피고인 등은 이전에도 연로한 피해자를 상당 기간 학대해왔고, D 피고인은 이를 더욱 부추겨온 것으로 보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