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다리던 6살 낮술 운전에 사망…유족 반성문 감형에 오열
입력 2021.01.12 17:00
수정 2021.01.12 17:35
대낮에 음주운전을 해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판사는 12일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사)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59)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게 앞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때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이모(6)군을 덮쳤다.
햄버거 가게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이군은 가로등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외상성 뇌출혈로 끝내 숨졌다. 이날 현장에는 숨진 이군의 아홉 살 형도 있었다. 사고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군의 형은 "내가 동생을 데리고 피했어야 했는데 잘못했어요"라며 자책하고 있다고 유족은 전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두 아들이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염려해 밖에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가게 안에서 포장 주문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조기 축구를 한 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 수준(0.08%이상)이었다. 경찰은 김씨에게 윤창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운전으로 만 6세에 불과한 이군이 넘어지는 가로등에 머리를 부딪쳐 결국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 죄목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법을 위해 시행된 것"이라며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족들이 용서할 뜻이 없고 피고인과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아 전해지지는 못했지만 사고 직후 피고인이 반성문 형태로 거듭 숨진 아이와 유족들에 대한 사과와 음주운전을 한 자신에 대해 후회하는 내용을 적어낸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선고가 내려지자 이군의 아버지는 "판사님 너무 하십니다. 이건 가해자를 위한 법입니다"라고 항의했다. 이군의 유족들은 오열하며 오랜 시간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사람이 죽었잖아. 이건 살인이잖아"라고 흐느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유족 측은 선고 뒤 법원 앞에서 취재진에 "재판부가 검찰 구형보다 2년 낮게 선고했다"며 "우리나라 사법부와 재판부가 원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반성문을 쓰고 자동차 보험에 가입됐다고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 말이 되는 판결인가"라며 "가해자는 항소해 형량을 더 낮출 테지만 유족은 앞으로 평생 무기징역을 받고 사형을 받은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울먹였다.
유족 측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며 "음주운전은 재판부와 사법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지난 결심공판에서도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고의적 살인임을 알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한편 2018년 개정⋅시행된 윤창호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최소 3년 이상의 징역,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