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될까…'사모펀드 사태 파장' 변수
입력 2021.01.18 06:00
수정 2021.01.15 15:22
기재부 "요건 충족" 절차 착수…이달말 공운위 열고 결정
지정 칼날 피하더라도 '뼈깎는 쇄신' 조건 받아야할 상황
'반민반관(半民半官)'의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느냐는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금감원은 자율성과 중립성을 내세워 공공기관 지정 칼날을 피했지만, 이번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부실 관리‧감독 문제가 불거진 데다 직원들의 비위 의혹까지 받고 있어 정부의 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미 기재부는 관계 부처 의견 청취 등을 거친 뒤 금융위에 '금감원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공공기관 요건에 충족한다'는 사실을 금융위에 통보했다.
금감원을 공공기관 지정에서 구제해줄 최대 백기사는 금융위다. 산하기관을 내주지 않으려는 금융위원회는 이번에도 기재부에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금융위는 '이미 공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금감원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반대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해 "독립성 차원에서 안 했으면 한다"고 반대한 바 있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데 적극적인 쪽은 기재부다. 금융감독의 공적 기능을 감안하면 금감원을 공공기관에 편입해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감독 부실과 내부 비위 등의 문제를 지적 받고 있는 만큼 기재부의 공공기관 지정 논리가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재부가 금감원의 예산 및 평가 권한을 갖게 된다.
다만 사모펀드 사태 등 정치적 민감한 이슈가 불거지는 시기에 감독기관을 정부로 편입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사태에 여권 실세의 연루 의혹이 따라붙는 상황에서 자칫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이름으로 감독당국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정치권에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수술대 벗어나려면 '신의 직장' 내려놔야…연봉‧복지‧조직 '자체개혁'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감독 부실 문제를 지적 받았을 때는 물론 금감원 임직원의 채용비리 논란을 빚은 2017년에도 칼바람이 몰아쳤다. 금감원은 2018년에는 기재부의 4가지 개선 사항을 받는 조건으로 공공기관 지정에서 벗어났다. 4가지 조건은 △채용 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 공시 △엄격한 경영 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해소 등이다.
금감원이 이번에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당장 '신의 직장'으로 불리게 만든 임직원의 연봉이나 각종 복지혜택 부문을 대폭 줄여야 한다. 이번엔 기재부가 공공기관 지정을 면하는 조건으로 더 강도 높은 쇄신안을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쇄신방안 가운데 '상위직급 축소'를 가장 힘겨운 과제로 꼽고 있다. 이미 재작년 공공기관 지정을 면하는 조건으로 현행 43% 수준인 3급 직원 비율을 2023년까지 35%로 감축하는 방안을 떠안았다. 이를 이행하려면 매년 3급 이상 직원을 30명 이상 줄이는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금감원 내부에선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불만이 나오고, 윤석헌 금감원장도 공개적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권에선 사모펀드 사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금감원이 이번 공공기관 지정 논의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 전‧현직 직원이 사모펀드 사기 행각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느냐 여부는 여론과 정치적 타이밍이 중요한데, 여론은 지난해부터 사모펀드 사태로 좋지 않았고 정치적으론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어차피 정치변수는 불가항력이다. 금융위의 방어막 아래서 내부 쇄신을 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게 최선의 방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