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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상처·대립·침체'로 새해 시작하는 기업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1.08 11:27
수정 2021.01.08 13:03

文 대통령 '회복·통합·도약' 외쳤지만 현실은 정반대

반기업 정서로 '상처', 노사 갈등으로 '대립', 규제 족쇄로 '침체'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회복·통합·도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인사회를 주재하며 새해 키워드로 제시한 것들이다. 코로나19로 망가진 일상을 회복하고, 코로나19에 맞서 이룬 성과를 함께 인정하며,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통해 선도국가로 도약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문 대통령이 정부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과 특유의 대책 없는 낙관론이 버무려진 신년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 정작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이끌어야 할’ 기업인들은 없었다.


취임 후 3년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불참하는 대신 자신이 주재하는 신년인사회에 기업인들을 불러들였던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아예 기업인들의 자리도 마련하지 않았다. 주요 기업 총수들은 초대받지 못했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홀로 재계를 대표했다. 온라인 행사라 자리가 비좁은 게 문제될 리도 없을 텐데 말이다.


문 대통령이 그린 새해 청사진에 기업인들은 들어있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기업인들이 ‘회복·통합·도약’이라는 키워드와는 동떨어졌음을 본인도 자각했기 때문일까.


사실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의 새해 키워드와 정 반대되는 세 개의 단어가 가슴에 박힌 채 새해를 맞고 있다. 바로 ‘상처’ ‘대립’‘침체’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그리고 새해 입법을 추진 중인 각종 규제법안들로 인해 기업인들의 마음은 ‘상처’로 가득하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절감했고, 잠재적 범법자 취급을 받았기에 상처는 더욱 크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힘의 균형은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조의 단결권이 강화되며 더욱 악화됐다. 사업장이 투쟁의 장소가 되고, 노사간 힘겨루기로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소모하는 ‘대립’ 양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기업인들의 손발을 꽁꽁 묶는 규제가 더욱 강화되며 경영활동에 매진할 의욕은 ‘침체’됐다. 의욕은 둘째 치고 당장 경영자의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규제에 대응하느라 도약에 나설 여력이 없다.


문 대통령이 ‘회복·통합·도약’을 외치던 날 오후. 기업인들은 다른 온라인 공간에 모여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자리를 주관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빠른 경제 회복’을 낙관한 문 대통령과는 달리 새해 경제 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 없는 기업 규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분명히 밝혔다.


“최근 더욱 빨라진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우리만 감당 못할 수준까지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박 회장의 말은 규제에 발목 잡힌 우리 기업들의 처지를 대변해줬다.


앞으로 보궐선거 등 정치 일정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이 또 다시 기업 잡기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박 회장은 “정치와 경제 이슈를 명확히 구분해서 접근해야 경제 입법 과정들이 정치 일정에 매몰되지 않게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자화자찬은 자기만족이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통한 선도국가로의 도약’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인들의 사기를 ‘회복’시키고, 반기업 정서를 벗어나 국민 ‘통합’을 이끌며, 우리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규제의 족쇄를 풀어 진정으로 칭찬받을 성과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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