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했던 산틸리 감독, 끝까지 자리 지켰다
입력 2021.01.07 00:01
수정 2021.01.07 08:46
격한 항의에 따른 징계로 스카이박스서 관전
경기 끝날 때까지 자리 지키며 힘 보태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징계를 받아 미안한 마음이 컸던 것일까.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VIP석에서 끝까지 경기를 관전하며 자리를 지켰다.
대한항공은 6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현대캐피탈과 홈경기서 2-3(25-27 25-20 25-23 25-27 12-15)으로 패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3연패에 빠지며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이날 승리를 거뒀다면 KB손해보험을 끌어 내리고 다시 선두 자리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현대캐피탈의 강력한 저항에 가로막히며 뼈아픈 패배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도 선전을 펼치며 선두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던 대한항공은 최근 3연패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급기야 이날 현대캐피탈전에는 로베트로 산틸리 감독이 지난 경기서 격한 항의로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선수단을 지휘할 수 없었다. 이에 장광균 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다.
경기 전 장 코치는 “산틸리 감독이 오전 미팅 때 선수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산틸리 감독은 지난달 31일 한국전력과 경기 3세트 15-13 상황서 심판 판정에 대한 거친 항의로 레드카드를 받은 뒤 동 세트 24-23서 주심 최종 판정 시그널 전 격한 항의로 ‘세트 퇴장’ 조치를 당했다.
이로 인해 그는 1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30만 원 징계를 받았다. 출장 정지 징계로 이날 현대캐피탈과 경기에는 코트 대신 VIP석 스카이박스서 통역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기 전 “산틸리 감독이 관계자석에 자리할 예정이다.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자리를 뜰 것으로 보였지만 산틸리 감독은 스카이박스서 끝까지 자리했다. 1세트부터 메모를 하며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는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집중해서 경기를 지켜봤다.
대한항공이 위기에 빠질 때나 득점을 기록해도 큰 액션이 없었다. 어떤 경기 상황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은 산틸리 감독은 차분하게 자리를 지켰다. 4세트 18-16 상황서 정지석의 공격이 실패하자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며 잠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산틸리 감독이 끝까지 남아 연패 탈출을 기원했음에도 대한항공은 뼈아픈 패배를 기록했다. 팀의 패배가 결정되고 나서야 자리를 뜬 산틸리 감독의 머리가 꽤나 복잡해지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