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김종현 사장, LG에너지솔루션 새해 사업구상은?
입력 2020.12.27 06:00
수정 2020.12.27 11:47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대규모 투자 등 산업협력 MOU
2024년 매출 30조원 목표 하에 IPO·글로벌 수주 확대 관심
7000억원대였던 매출을 8조원대로 올려놓은 '배터리업계 1인자'.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LG Energy Solution) 사장에 대한 평가다. 신설 법인 초대 수장으로서, 배터리 기술 개발과 수주 확대 등 LG에너지솔루션을 책임지고 이끌 중임을 부여 받은 김 사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남다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 사장은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재원 확보 및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 등 각종 현안들을 두루 챙기며 신설법인 조기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새해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종현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업 경쟁력 제고에 가장 앞장서온 ‘배터리 업계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2009년 LG화학 소형전지사업부장(전무)로 선임된 이후 자동차전지사업부장(부사장), 전지사업본부장(사장) 등 전지 부문 주요 직책을 두루 경험하며 배터리 사업을 주도해왔다.
특히 2018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은 뒤 전지 사업을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사장은 높은 배터리 기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미팅을 통해 대규모 수주를 이끌어내는 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실제 그는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시절 아우디, 다임러그룹 등 유럽 및 중국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를 이끌어내며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주도해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그가 처음 배터리 사업을 맡았을 때 700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8조원을 넘겼다.
취임 이후 그는 인도네시아 현지에 수조 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며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 투자부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배터리 산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원재료 채굴부터 배터리 셀 생산까지 사실상 배터리 생산 전(全) 과정에 걸친 포괄적 투자로 알려졌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흐름에 맞춰 원재료 조달은 물론 최종 배터리 생산까지 한 곳에서 가능한 핵심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원재료 채굴(LG상사), 양극재 생산(포스코) 등을 함께 추진할 국내 업체들과의 동반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와도 현지에 JV(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이 순항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재료부터 전기차까지 현지에서 일괄 생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과 중국에 배터리 생산 합작사를 설립중이다. 미국은 제너럴모터스(GM), 중국은 지리자동차가 합작 파트너다. 향후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셀 생산 라인까지 두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타깃 지역인 미국, 중국에 이어 동남아 지역까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내년 기업공개 및 SK이노 소송 등 현안 집중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투자 확대 및 생산능력 확장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기업공개(IPO)가 예정돼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소화하기 위해 연간 3조원 이상의 대규모 시설 투자가 진행중이다.
앞으로도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배터리 기업 1등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기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사업가치를 평가 받아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21일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내년 매출 18조원 중후반대, 2024년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목표를 이뤄내 IPO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내는 것이 절실하다.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에너지솔루션의 독립적인 재무구조 체제 확립,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내는 데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이 감당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대 코나EV 화재,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는 풀어야 할 숙제로 손꼽힌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현대차의 코나EV 화재 원인을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발표했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수주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결론은 LG에게 치명적이다.
SK이노베이션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서도 김 사장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코로나 여파로 양사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그 사이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합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신설법인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만큼 김 사장은 경영안정화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 배터리 수주 확대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산업 분야에 이해도가 높은 만큼 코로나19 등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업계 내 '초격차' 지위를 유지하는 데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용기·슬기·끈기 등 '삼기' 강조…신뢰 앞세워 기술 개발 매진
김종현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용기, 슬기, 끈기 등 ‘삼기(三氣)’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용기는 남들이 모두 옳다고 하는 것도 소신 있게 과감히 반문할 수 있는 소신, 슬기는 현상을 관찰하고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 끈기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집념이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며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었는데, 삼기를 갖고 일전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아가 사업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즐겁게 도전할 수 있는 있어야 ‘진정한 일등’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김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리더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최상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기술과 품질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확고히 할 계획이다.
고객의 신뢰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인 만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최고의 성능을 갖춘 배터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배터리 제조와 판매뿐 아니라 배터리 케어, 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Lifetime)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플랫폼(E-Platform)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