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 보고관이 꼽은 대북전단금지법 3가지 문제점은?
입력 2020.12.17 14:15
수정 2020.12.17 14:18
최대 징역 3년…"지나친 처벌 조항"
형사처벌 근거 부족·'고무줄 잣대' 우려도
文 정부, 기존 입장 재확인하며 '반박'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처리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의 3가지 문제점을 거론하며 '법안 재검토'를 주문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16일(현지시각)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시행하기 전 이와 관련된 민주적 기관들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해당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대북전단 금지법이 북한 주민과 소통하려는 탈북자들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3가지 문제점을 거론했다.
우선 그는 대북전단 금지법이 규정한 처벌 수준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법 위반 형량을 '최대 3년 징역'으로 잡은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킨타나 보고관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어떠한 이유로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하는지 '정당한 근거'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 주춧돌인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최소한으로 침입적인(intrusive) 수단이어야 한다"며 "형사처벌이 다른 법 영역을 대신해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해당 법안이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설명자료에서 형사처벌 수위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의 미승인 반입·반출 행위에 대한 처벌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약하면서 기본권과 무관한 기존 법률의 처벌 조항 그대로 가져왔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킨타나 보고관은 처벌 대상을 규정하는 데 있어 '(대북)전단 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법률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처벌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만큼 한국 정부가 '고무줄 잣대'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북전단 금지법을 살펴보면, "'전단 등'이라 함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인쇄물·보조기억장치 등),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포함한다"고 돼있다.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수많은 활동을 제약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킨타나 보고관은 "국제 인권표준은 표현의 자유가 '판단 재량'에 따라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불분명하고 포괄적인 해당 법안의 문구는 국제 인권표준을 준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접경 지역 (한국) 주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나 접경 지역에서 일어날 중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타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해당 법안이 시민사회 단체들의 접경 지역 활동과 이 활동이 미치는 위협 사이의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면 국제 인권법에 따라 대북전단 금지법의 구체적인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킨타나 보고관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세계 인권선언 19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며 "남한과 북한의 주민들은 이에 따라 국경에 상관없이 정보와 생각을 전달하고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표현의 자유 절대적이지 않아"
통일부 "킨타나 유감…소통 강화할 것"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 출신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라면서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을 위협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외교부 등 유관부처와 협력해 해외 각국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국문·영문 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공감대 확산에 주력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킨타나 보고관의 비판에 대해선 "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민주적 논의와 심의를 거쳤다"며 "'민주적 기관의 적절한 재검토 필요'를 언급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금지법은 야당 요청에 따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여당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표결에 이어 본회의 강행처리로 법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