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선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 ‘콜’
입력 2020.12.17 11:00
수정 2020.12.17 09:25
1990년대 중반 MBC에서 방영했던 ‘TV인생극장’은 당시 큰 화제였다. 메인으로 출연한 신인 개그맨 이휘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그의 유명했던 대사는 ‘그래, 결심했어!’였다. 대사가 말해주 듯 인생의 특정 순간 상반되는 양자택일의 선택으로 인생이 뒤바뀌는 것을 보여준다. 1998년 기네스 펠트로가 주연한 영화 ‘슬라인딩 도어즈’에서는 헬렌이 직장에서 어이없게 해고를 당하고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놓쳤을 경우와 안 놓쳤을 경우, 이에 따라 남자친구의 불륜을 알게 되는지 여부에 따라 주인공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선택한 결과에 따라 달라질 미래, 생각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영화 ‘콜’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극장개봉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공개한 것이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더 이상 극장개봉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간을 뛰어 넘어 우연히 닿은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게 되는 두 여성의 서사를 담고 있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서연(박신혜 분)은 집에 있는 낡은 전화기를 드는 순간 일면식도 없던 영숙(전종서 분)의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서로가 다른 시간대, 무려 20년의 시차를 두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전화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서연과 영숙은 각자의 현재에서 서로의 인생을 바꿀 위험한 선택을 하고 이들의 선택은 끔찍한 미래를 가져온다.
영화는 선택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영숙의 미래를 알고 있는 서연과 서연의 과거를 바꾸어 줄 수 있는 영숙은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서연은 화제로 아버지를 잃게 되는데 영숙은 서연의 집에 가서 화제를 막아 아버지를 구한다. 반면에 영숙은 새엄마로부터 살해당하는 불행한 미래를 바꾸는 과정에서 살인을 하게 되고 결국 서연의 가족까지 위협하게 된다. 서연과 영숙의 잘못된 선택은 두 가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하고 있는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해 준다.
인생은 선택과 결과에 따른 책임으로 이루어졌다. 서연은 가난한 현실과 다리의 화상흉터를 엄마의 잘못으로 돌리고 자신과는 무관하듯 빠져나갔다. 어린 시절 엄마를 미워했던 서연은 화재의 원인을 엄마로 돌렸지만 영화에서 서연이었음을 암시한다. 지난날 자신의 과오를 씻기 위해 서연은 과거를 바꾸는 위험한 선택을 하지만 엄마를 잃게 되는 혹독한 결과를 치른다. 결국 선택에 달라져 있을 자신의 모습을 꿈꾸었지만 지옥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 말았다.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선택한 배우 전종서의 선택도 돋보인다. 영화 ‘버닝’에서 신비하고 개성 있는 연기를 보였던 그는 영화 ‘콜’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천상배우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소녀다움에서 강하고 잔인하기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는 것은 물론 연쇄살인마로 변한 광기 어린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에 길에 놓인다. 입학시험에서부터 결혼, 직장 심지어 종교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은 물론 선택한 결과에 따라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때문에 순간순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가야할 곳과 가지 말아야할 곳, 선과 악에 대해 올바른 선택이 요구된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고 어떤 것이 그릇된 선택인가. 영화 ‘콜’은 선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