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㊳] 싱어송라이터 이소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하잖아요”
입력 2020.12.17 00:00
수정 2020.12.16 21:10
두 번째 EP '마음동화', 12월 10일 발매
제주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소의 노래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정작 자신은 “따뜻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하지만,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상황을 노래한다는 이소다. 스스로도 몰랐던 따뜻한 마음이 음악 속에 스며든 것이다.
지난 10일 발매된 ‘마음동화’는 이소의 그런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난 앨범이다. “어른도 동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번 작업은 앨범명과 같이 ‘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언제 봐도 부담이 없는 동화책처럼, 그의 음악 역시 언제 들어도 거부감 없이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소의 목소리로 듣는 어른들의 동화, 그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안긴다.
- 음악을 하게 된 게 ‘우연’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죠?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우연이었어요.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짝꿍 따라서 관악부에 들어가게 되었고, 밴드 활동도 20살 때 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어요. 기타리스트 오진우의 제안으로 5인조 밴드 Just Chillin’에서 봉고와 코러스를 맡았고, 이후 ‘데빌이소마르코’에서 보컬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당시엔 아주 소극적이고 학교 적응도 잘 못했던 때였어요. 저에게 밴드를 제안하는 게 장난인 줄 알았을 정도로요. 밴드 경험이 없던 저는 밴드가 영화 모임, 독서 모임과도 같은 친목 도모의 형태인 줄 알고 가볍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다가 2018년부터 솔로로 활동한 계기가 있나요?
언제나 함께할 누군가를 기다려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저와 함께할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솔로로 활동을 진행했고요. 최근엔 세션 분들과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고, 올해는 프로젝트 밴드이긴 했지만 바이올리니스트 김하정과 ‘유효’라는 팀을 결성해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내년엔 기타리스트 오진우와 ‘Duo E’라는 팀을 꾸려 재미있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그리고 꾸준히 솔로로도 활동하고요. 솔로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가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또 다른 재미있는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 밴드와 솔로 활동을 겸하는 거군요. 각각의 장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솔로는 모든 권한과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제일 큰 단점은 공연 끝나고 뒤풀이 할 상대가 없을 때인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난 뒤에 가장 허한 기분이 들거든요. 함께 공연 이야기도 나누고 수고했다고 서로 토닥거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요즘엔 여러 사람들과 작업을 진행하니 홀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들어요.
- 대부분의 가수들이 공연 이후 ‘공허함’이 밀려온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나요?
일종의 슬럼프라고 하죠. 제게 슬럼프란 그림자와도 같아요. 거의 매일 찾아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크고 작은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최근에는 제주에서 쇼케이스 및 단독 공연을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거리두기가 2단계로 올라가면서 비대면으로 바뀌어서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세상에 음악을 잘하는 분들은 많고 저 하나쯤은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땅속으로 꺼지고 싶고, 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을 때도 많아요. 그런 저에게 어느 날 친구가 ‘널 위해 애쓰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항상 생각해’라고 말해줬는데,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바짝 들더라고요. 그 말을 글로 적고 작업실 벽에 붙여놨어요. 우울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보면서 생각할 수 있도록.
- 지난 10일 발매한 ‘마음 동화’은 어떤 앨범인가요.
“‘어른도 동화가 필요해’란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음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겼을까. 무슨 색일까. 몸만 훌쩍 커버렸지 여전히 철없는 그녀가 마음을 찾아 나서는 동화 같은 이야기” -앨범소개 中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는데, 여러 가지 마음을 정리해서 스스로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제 상태를 알고 싶었고, 또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데빌이소마르코 1집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부터 이소 1집 ‘곳’까지 함께 작업한 그림 작가 손혜연 씨와 조금 더 깊게 작업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림이 참 따뜻해서 동화와 어울리거든요. 처음 앨범 콘셉트를 잡을 때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며 진행했습니다.
- 타이틀곡 ‘나의 집은 우주’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다르겠지만, 내겐 눈 안에 담고 싶고 또 담기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명한 팝송 가사처럼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마음을 담아봤다.” -앨범소개 中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따뜻한 곡입니다.
- ‘나의 집은 우주’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마음 동화’에 수록된 4곡 중 가장 따뜻한 곡이라서 타이틀곡으로 선정했습니다. 모든 곡을 껴안아줄 수 있는 곡이라 생각했어요. 1집 타이틀곡이 ‘우린 모두 외로운 사람P’였는데, 가수는 곡 제목 따라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젠 그만 외롭고 싶네요. 하하.
- 가사도 동화처럼 따뜻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가사 작업을 하셨나요?
‘가사를 써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전 망해요. 제가 봐도 정말 별로인 글을 쓰게 돼서 이런 작업은 주로 하지 않고요, 저는 어떠한 감정이 제게 찾아올 때 끄적이는 것을 좋아해요. 매일 쓰지 않아 일기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감정의 기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해소용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끄적이고, 추후에 곡을 쓰고 싶을 때 그에 어울리는 멜로디와 코드를 붙여요.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곡을 쓰는 이유는 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인데, 전공 서적을 펼치듯 어려운 단어들을 내뱉으면 제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늘 이야기하지만 저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상황을 노래합니다.
- ‘파도’는 2008년에 발매한 곡이기도 하죠. 리마스터링을 한 이유가 있나요?
‘파도’는 이번 ‘마음 동화’ 앨범에서 유일하게 제가 작곡하지 않은 곡입니다. 함께 참여한 기타리스트 오진우의 곡이고요, 2008년 5인조 밴드 Just Chillin’으로 함께 활동했을 때 만든 곡인데, 최근 다시 함께 작업하게 되면서 제가 가사를 입혀 곡을 발표하게 되었어요. 저번 달에 선공개로 먼저 발표를 했고, 다시 ‘마음 동화’에 실을 때 전체적인 곡의 밸런스를 맞추고자 리마스터링을 했습니다.
- 오진우 씨와는 여러 차례 작업을 함께 했었죠. 이번 앨범서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입니다. 제 곡을 두 번째로 잘 이해해주는 친구입니다. 첫 번째는 저고요(웃음). 아마 예전에 팀을 함께 했던 경험이 있어서 더 합이 잘 맞지 않나 생각해요.
- 전체적인 앨범 구상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은요?
‘마음 동화’에 맞게 ‘마음’과 ‘동화’에 가장 초점을 맞췄습니다. 언제 봐도 부담 없을 동화책처럼, 언제 들어도 거부감 없이 편히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담고 싶었고요. 마치 사계절처럼 여러 가지 다양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애써 모른 척 외면했던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요?
‘당신은요?’라고 묻고 싶어요. 제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끝났으니 그걸 잘 들어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이제 저도 듣고 싶어요.
- 실제로 이 앨범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곡을 낼 때마다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의도한 것은 아니고 또 제 스스로 따뜻한 사람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에게도 ‘따뜻함’이란 게 있는 것 같아 고마움을 느끼면서 또 스스로 위로하게 됩니다.
- ‘음악’이란 이소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매개체란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고,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 앞으로 이소가 보여줄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계속, 꾸준히, 지금처럼 제 이야기를 할 거예요. 화, 우울, 행복, 기쁨 등 저의 상태를 잘 돌보고 또 저를 잘 알고 그걸 표현하고 싶어요.
- 향후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대전 ‘맞배집’에서 주최하는 ‘실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실’은 일상에서 만나는 슬픔과 우울을 실로 엮어내 노래로 만들고, 그 노래로 나와 당신을 잇는 프로젝트 앨범입니다. 멋진 음악가 김뜻돌, 크로크노트, 여유와설빈, 니들앤젬과 함께 합니다. 현재 텀블벅 진행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내년 1월 10일까지 진행되고, 2월에 공개될 예정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