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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헛발질③] 전세계 코로나 백신 확보전쟁, 여유부리다 ‘꼴찌’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12.17 07:00
수정 2020.12.14 17:28

아직 백신 수급도 불확실한데…당국 "서두를 필요 없다"

백신 도입 사업 지지부진하다가 연말에야 구매 나서

"가격 깎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 것" 궤변 늘어놓기도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코번트리의 코번트리 대학병원에서 올해 90세의 마거릿 키넌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5월 코로나 청정국이던 뉴질랜드는 범정부 차원의 '코로나 백신 전략(CVS)'을 발표했다. 당시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백신 확보 TF팀을 꾸려 곧바로 글로벌 백신 개발 업체들과 접촉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 화이자 백신 75만명분 계약에 성공한 데 이어 11월에는 얀센 백신 200만병과 300만병 추가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총인구 480만여명이 모두 맞고도 남을 양을 비축해둔 상태다.


캐나다와 영국은 올해 상반기부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민간 전문가들을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이를 통해 3억5700만 회분의 백신 확보에 성공한 영국에선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케이트 빙엄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을 정도다.


가까운 일본의 움직임도 빨랐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지난 6월 "백신 확보를 위해 제약사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일본 정부는 넉 달 만에 글로벌 코로나19 백신을 3억 병 이상 입도선매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모더나에서 5000만병, 화이자에서 1억2000만 병, 아스트라제네카에서 1억2000만 병 등 2억9000만병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노바백스로부터도 최소 4000만 병을 공급받기로 했다.


3억3000만병은 일본 인구 1억2647만명이 두 번씩 맞고도 남는 물량이다. 온 국민이 총 2회에 걸쳐 백신을 접종하려면 2억5000만병의 백신이 필요한데 일본 정부는 이보다 많은 7700만병 이상을 더 확보해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 국민에게 백신을 맞히겠다"고 공표했다. ⓒAP/뉴시스

일본 정부는 전국민 무료접종과 백신 개발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까지 책임지기 위해 6712억엔(약 7조991억원)의 예산도 확보해놨다. 모든 준비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 국민에게 백신을 맞히겠다"고 공표했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가 집계한 주요 국가별 코로나 백신 확보물량에 따르면 캐나다는 인구 1인당 10.9회분의 백신(총 4억1400만회분)을 구매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인구 1인당 백신 7.9회분을 확보한 미국이며, 영국(7.5회분), 호주(5.3회분), 칠레(4.4회분), 일본(2.3회분), 베트남(1.5회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확보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최근에서야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구매 계약을 맺었다.


당국은 "코백스를 통해 1000만명분, 개별 업체들과의 별도 계약으로 2000만명분을 확보하겠다"며 늦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코백스는 자력으론 백신을 못 구할 후진국을 위해 만든 국제기구로, 부국들이 추렴한 돈으로 백신을 사서 내년 말까지 184개 가입국 모두가 인구의 20%를 접종할 수 있게 예방약을 골고루 나눠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엔 미국·러시아 외에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해 가입국 전체 인구가 72억명이 넘는다. 내년까지 가입국 인구의 20%인 14억명분이 언제 확보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해외 각국은 자력으로 백신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온 것이다.


그러나 애초 당국은 접종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잡으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확산세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백신의 안전성을 더 봐야 하고, 또 협상을 통해 약값을 낮출 거라는 이유에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코로나19백신 도입 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화이자와 모더나가)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한다. 백신 확보에서 불리한 상황에 있지 않다. 백신값을 깎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보건당국 책임자들의 발언을 보면 현 상황을 얼마나 안일하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글로벌 백신을 선구매하는 데 이미 한 박자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구매 계약을 체결한 순서대로 공급이 되게 돼 있다"면서 "캐나다와 영국, 일본이 백신 선구매 계약에 나섰던 때에는 손 놓고 있다가 이제와서 '불리하지 않다'는 건 궤변"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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