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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코로나·바이든 변수로 내년 사업계획 구축 진땀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이홍석 기자
입력 2020.12.09 06:00
수정 2020.12.08 16:39

대내외변수 고려 다양한 시나리오 마련, 유연성 확대

신사업, 미래성장동력 육성은 일관되게 추진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기업별 새해 사업계획 수립이 본격화돼야 할 연말이지만, 올해는 각종 변수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등 대외 변수는 물론 사법리스크와 같은 대내적 변수 등 새해 사업계획 수립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산적해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새해 각종 변수들을 고려해 예년보다 유연한 방식의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시장 수요와 경쟁사 동향, 환율, 유가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들의 변동성이 큰 만큼 일정한 예측치를 기반으로 사업계획을 만들기보다는 급격한 상황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늘리는 식이다.


다만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신사업 추진이나 미래성장동력 육성 등 중장기 사업 전략은 단기적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일관적으로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경제성장률 예측치 조차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변동성에 대한 대비 없이 정형화된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수정의 여지를 넓히거나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새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잇달아 진행되면서 내년도 경영 계획 수립 준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주 전자계열사에 이어 이번 주 비전자계열사들이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있으며, 전자 계열사는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단행하고 경영 계획 수립을 위한 조직 세팅을 마칠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연말 인사가 해를 넘겨서 올해 1월 말에서야 이뤄지는 등 다소 지연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내년을 대비하는 속도가 한층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와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내년도 경영·사업 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다음 주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해 내년 경영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력 시장인 미국의 대선 이후 미중 통상전쟁을 포함한 정책 변화 전망과 대응 방안, 최근 불안해진 환율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의 초격차 유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 논의와 함께, 2030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과 같은 중장기 전략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내년도 경영 계획 수립이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변수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내년 1월 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에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계속 이어진다. 이 부회장의 법원 출석 도장 행보는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0월 총수 자리에 오른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더욱 유연한 시장대응 전략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판매대수보다는 브랜드이미지 강화와 수익성 확보, 미래차 시장 대응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주력 매출원인 내연기관 완성차 사업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 시장은 회복이 더딘 상태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고급화 전략과 SUV 비중 확대, 신차의 지속적 출시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선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 속에서도 친환경차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사업도 확대한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는 새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CV(프로젝트명)의 성공적 론칭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EV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첫 차종인 이들의 성공 여부가 현대차그룹 전기차 사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정 회장이 구상하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분야에 대한 준비도 순차적으로 진행해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도 일관되게 추진한다.


SK그룹은 이미 지난 3일 단행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새해 사업계획의 중점을 어디에 둘지 명확히 보여준 상태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 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맞춰 각 계열사들도 친환경 사업과 사회적 가치 강화에 나선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SK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거버넌스위원회가 신설됐으며,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는 환경사업위원회로 대체됐다.


각 위원회 산하에는 SK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 육성을 주도할 바이오소위원회, AI소위원회, DT소위원회도 신설됐다.


SK그룹은 이같은 변화를 통해 환경, 지배구조 등 ESG 문제를 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바이오, AI, DT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LG는 내년에 4년차를 맞게 되는 구광모 회장 체제 공고화에 나선다. 올해 인사와 함께 구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을 중심으로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계열분리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내년에는 구 회장의 경영 색깔이 보다 확연히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달 계열사별로 진행된 사업보고회 내용을 토대로 ‘안정 속 변화’라는 큰 틀에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를 단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내년도 경영·사업 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전체 적으로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조속히 이뤄내고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별로는 LG화학에서는 배터리 분사에 따른 글로벌 지배력 유지가, LG전자에서는 올레드 TV를 비롯한 가전 사업의 글로벌 경쟁 우위 지속 등이 될 전망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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