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찾기 어렵네"…시중은행 자금 조달 시험대
입력 2020.12.08 06:00
수정 2020.12.07 13:37
4대銀 순안정자금조달비율 평균 109.7% '역대 최저'
코로나發 금융 불안에 '발목'…수익성 악화 '새 암초'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안정성이 역대 가장 나쁜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충격으로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돈줄을 찾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금 조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더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제로금리 현실화로 수익성을 둘러싼 고민이 커진 은행들에게 이 같은 현실은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09.7%로 지난해 말(113.5%)보다 3.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전반적인 NSFR이 110%보다 낮아진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NSFR이 떨어졌다는 것은 은행들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그 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NSFR은 은행으로 하여금 영업에 필요한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하도록 유도해 자금 조달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로 201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제도로, 안정자금 가용 금액을 안정자금 조달 필요 금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은행별로 봐도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흐름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우선 하나은행의 NSFR이 같은 기간 110.4%에서 105.5%로 4.9%포인트 떨어지며 최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110.2%에서 109.2%로, 우리은행은 112.1%에서 110.4%로 각각 1.0%포인트와 1.7%포인트씩 해당 수치가 하락했다. 국민은행의 NSFR도 121.3%에서 113.5%로 7.8%포인트 낮아졌다.
이처럼 은행들의 자금 조달 압박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악영향이 복합적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NSFR을 개선하려면 확실한 유동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산을 많이 확보하거나, 고객들로부터 대량의 장기 예금을 유치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금융 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안전 자산들마저도 변동성이 커진 실정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가계와 기업의 자금 여건이 악화되고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예금 영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은행들로서는 이대로 NSFR 하락을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입장이다. 어느덧 금융당국이 정한 마지노선 근처까지 NSFR이 떨어진 탓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로 하여금 NSFR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한 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의 개선 권고와 함께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행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은행의 NSFR 관리는 결국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자금 운용 차원에서 유동성이 높은 자산 보유를 늘리는 방안이다. NSFR 규제 충족을 위해서는 고(高) 유동성 자산 보유를 늘리거나, 상대적으로 자금 회수가 용이한 단기대출을 확장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과도하게 증대된 가계·기업 부채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은행이 지금보다 대출을 눈에 띄게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처럼 자금 운용에서 NSFR을 높일 대안을 찾기 힘들다면, 다른 해법은 중장기적인 자금 조달을 증대하는 방안이다. 이는 곧 예금의 확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은행이 예금을 늘리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예금 금리 인상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역시 은행들에겐 부담이 큰 선택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0%대 기준금리가 현실화한 상태에서 예금 금리를 올리면 은행의 핵심 이익인 예대 마진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가뜩이나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 저하를 염려하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선뜻 내키지 않는 방안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이미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마진 악화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40%로 1년 전(1.56%)보다 0.16%포인트 낮아졌다. NIM은 그 이름처럼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떨어질수록 예대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NSFR 개선 과정은 은행 수익성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저금리가 장기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짙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자금 조달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은행의 경쟁력을 가를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