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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의 그래서] 추미애·윤석열 갈등에서 드러난 '회색분자'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입력 2020.12.04 07:00 수정 2020.12.04 05:14

추미애냐 윤석열이냐 두가지 선택지만 남아

'당신 친 윤석열이냐' 커밍아웃 강요받기도

회색분자보다 더 위험한 것은 '흑백주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데일리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측근들로 분류됐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렸다.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사표를 냈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치달을수록 숨어있던 회색분자들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추 장관이 궁지에 몰리자 배신하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다. 회색분자라는 말은 어떤 이슈에 대해 확실한 경향성이 없는 사람, 혹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회색지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숨어있던 회색은 사라지고 명암이 분명해지고 있으니 머지않아 모든 것이 정점에 이르고 대단원의 막이 내리겠다"며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고 적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꼼수다'(나꼼수) 멤버였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주진우 전 기자를 겨냥해 "회색지대에 서서 윤석열 편이 아닌 척하고 이쪽 편인 척했던 태도를 청산해야 한다"며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탈 윤석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전 기자가 친 윤석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커밍아웃'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회색분자는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사실은 세상을 '흑과 백'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흑백주의자가 더 위험하다. 흑에게 백은, 또는 백에게 흑은 그저 적이고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타협과 다양성의 공간은 사라진다.


반대로 같은 흑끼리, 혹은 같은 백끼리는 무한한 신뢰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흑백 양자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를 어떤 한쪽으로 규정지으려는 시도들은 그 사람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


지금의 상황은 추미애냐 윤석열이냐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아있다. 진보지만 지금의 검찰개혁 방식에 반대하는 회색분자는 있을 수 없다. 설령 주진우 전 기자가 아무리 'MB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더라도 말이다. 반대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침묵하고 있는 상황조차 비난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 세상이 점점 흑색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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