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방송 뷰] 예능·드라마의 획일화, 이대로 괜찮을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2.04 03:00
수정 2020.12.03 19:06

트로트 프로그램 하나 성공하자, 우후죽순 만들어

'라떼 부모', '둥지 탈출' '애들 생각'과 차별점 찾기 어려워

시청률과 광고비 때문에 화제성에만 초점

"방송사, 트렌디하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집단" 평가

ⓒE채널, tvN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지만, 요즘 예능과 드라마 시장은 정도를 넘어선 모양새다. 히트한 작품이 있으면 이 포맷을 그대로 가져가 출연자만 바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심하게는 출연자까지 겹쳐가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가장 심각한 건 예능프로그램이다. 좋게는 ‘붐’이 일었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앞서 유행한 먹방, 여행 예능이 나왔을 때에도 그리고 최근 트로트 프로그램이 연달아 만들어졌을 때에도 예능계의 심각한 인기 채널 베끼기 현상은 늘 지적을 받아왔다.


처음 시작은 다양성을 위한 시도로 읽혀졌다. 트로트의 경우도 2014년 ‘엠넷’이 ‘트로트엑스’를 내놓았을 때는 각종 장르의 오디션이 퍼지던 당시 다양성 차원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후 TV조선의 킬러 콘텐츠인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성공 신화를 쓰면서 유사 프로그램이 수도 없이 생겨났다.


특히 이 시기에는 ‘미스터트롯’의 순위권에 든 가수들이 대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 섭외되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까지 나왔던 터다. 시청자들이 트로트에 대한 급격한 피로감을 호소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아류’로 불리는 프로그램은 지금도 제작되고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예능프로그램 ‘라떼부모’는 제목 자체는 신선하지만, 내용물은 그렇지 못하다. 앞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다룬 ‘둥지탈출’ ‘애들 생각’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크게 차별점을 찾긴 힘들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신조어에 맞게 첫 회에서는 ‘라떼 테스트’를 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이는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라고 크게 상황이 다르진 않다. 큰 범위에서 ‘막장’이라고 불리는 소재들을 다루는 드라마가 연일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불륜과 폭력 등의 온갖 자극적인 소재를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타임슬립, 타임루프 등의 설정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동일한 포맷의 드라마도 다수 생겼다.


소재가 같아도 이를 개연성 있게 얼마나 잘 꾸려 가는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 ‘카이로스’의 경우 타임 크로싱 장르를 취하고 있으면서 세련된 연출과 치밀한 이야기 구성으로 매번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더구나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드라마가 ‘작품성’ 보다는 ‘화제성’에 치우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예능과 드라마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시청률과 광고비 때문에 화제성을 쫓을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또 경직되어 있는 지상파의 특성상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도 말한다. 결국 정해진 틀 안에서 ‘안정한 방향’만 쫓는 식이다.


이들의 고충도 흘려들을 수 없다. 하지만 자리에 안주하고 발전적인 방향이 아닌 안전만을 꾀하다 보면 결국 제자리걸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한 결과물이 나오는 건 뻔한 결과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작가는 “방송국이 가장 트렌디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지상파는 더욱 그렇다”면서 “매번 프로그램 베끼기 논란이 불거지더라도 일시적으로 화제성을 끌어올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드라마고, 예능이고 보수적인 집단인 방송국에서 신인 작가들이 설 곳이 많지 않다. 최근들어 공모전 등으로 신인 작가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더딘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젊은 작가와 제작진이 점점 방송국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화제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작품성과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놓치지 말하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