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판공비 논란’ 프로야구선수협 어떤 곳?
입력 2020.12.02 12:34
수정 2020.12.02 12:34
1988년 최동원이 주도한 선수협의회가 시초
90년대 말 두 차례 진통 끝에 가까스로 설립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이대호 전 회장이 협회 판공비를 2배 인상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1일 SBS 보도에 따르면,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이대호는 지난해 3월 선수협회장에 취임한 뒤 회장에게 주어지는 1년간 판공비를 기존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2배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판공비는 법인카드를 사용해 출처를 분명히 하기 보다는 이대호 개인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호 측은 판공비 사용처에 대해 “공익을 위해 썼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오후 즉각 기자회견을 열기로 해 논란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다.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기구로 2001년 공식 설립돼 출범했다. 선수협이 결성되기 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선수협 결성의 역사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봉 산정과 관련해 선수들의 불만이 팽배해있던 상황에서 팔을 걷어붙인 이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故(고) 최동원이었다.
때마침 해태 김대현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고도 아무런 보상과 지원을 받지 못하자 물밑에서 결성을 진행해오던 선수협의회가 본격적으로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동원이 주도했던 선수회 결성은 구단의 반대와 사회적 여론에 부딪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1999년 1차 선수협 사태, 이듬해 2차 선수협 사태라는 진통을 겪었던 선수협회는 보복 트레이드, 선수들 간의 갈등을 뒤로 하고 2001년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다.
초대 송진우에 이어 2대 회장직에 올랐던 이호성은 당초 선수협 결성에 반대했던 인물이지만, 정작 회장직에 오르고 난 뒤에는 최저연봉의 단계적 인상, 연봉 상한선 철폐, 복지기금 마련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어둠도 있었다. 2007년말 선출된 손민한 회장 시기에는 야구 게임 초상권 비리라는 어이없는 사건이 터졌고 2012년 박재홍 회장 시대에 접어들어 각종 비리를 도려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특히 박재홍 회장은 자신의 업무 추진비를 2군 선수들 복지 향상에 기부하는 등 선수와 팬들 모두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프로야구선수협의 회장 자리는 2017년 이호준 회장을 끝으로 약 2년간 공석이 유지됐다. 이후 해외 생활을 접고 돌아온 이대호가 2019년부터 맡고 있다. 특히 이대호는 선수협회장의 첫 일정으로 부산 사직구장을 찾아 선수협 결성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최동원의 동상에 헌화했다.
이때 이대호는 “2군 선수들, 고생하는 선수들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겠다. 팬들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회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겠다”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