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섣불리 '국정조사' 던졌다 역풍?…국민의힘 "좋다, 해보자"
입력 2020.11.26 12:06
수정 2020.11.26 12:06
이낙연, 전날 윤석열 국정조사 먼저 야심차게 꺼내
국민의힘 적극 수용 의사에 당황?…이날 언급 없어
김종인 "윤석열 조사하되 추미애 검찰권 남용도 같이
집권세력, 헌법 기본정신 지킬 의지 있는 사람들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추미애 법무장관으로부터 사상 초유의 직무정지 징계가 내려진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국정조사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들었다. 야권의 강도 높은 반발을 예상했던 모양새이지만, 되레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수용 의사를 밝히며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 문제를 국정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가려보자고 맞받아쳤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헌정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태를 보면서 과연 집권세력이 헌법의 기본정신인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의지가 있는 사람들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직무정지 사유가 너무 궁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함께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검찰권 남용 및 과잉 인사권 행사에도 문제가 없는지 포괄적인 국정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앞서 제시한 국정조사에 수용 의사를 표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제안에 자신있게 수용 의사를 밝힌 배경에는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가 굳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존재한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국정조사의 장에 윤 총장이 직접 출석해 추 장관이 자신에게 내린 징계의 부당성과 비합리성에 대해 적극 소명하고, 추 장관을 향해 반격의 고삐를 당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다음날인 전날(25일)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윤 총장을 출석시켜 질의에 임하고자 했지만 민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무산된 바 있다. 국민의힘 위원들이 윤 총장이 국회로 출발했다며 "15분 후 도착이니 기다려달라"고 호소했지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권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산회를 선포한 것이다.
김기현 "추미애·윤석열 같이 불러 명명백백하게 가려보자"
주호영 "묻고 더블로 가자…추미애 국정조사도 같이 해야"
국민의당 "추미애, 무소불위 권력 남용…국정조사 임하라"
이같은 국회의 제반 여건 속에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제안한 국정조사를 통해 윤 총장과 추 장관을 한 데 모아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면 오히려 국민의힘 입장에서 원했던 바가 이뤄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 국정조사를 하게 되면 추 장관도 직접 관련 인사이기 때문에 증인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대면시켜 하나하나 따져볼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윤 총장과 추 장관은 물론 사건 관계자들을 빠짐없이 불러 증언대에 세워놓고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자"고 강변했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는 김에 추 장관에 대한 공식적인 국정조사도 함께 하자고 벼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비췄는데 우리들은 환영하고 기꺼이 수용하겠다"며 "'묻고 더블로 가'라는 전략이 있다. 윤 총장의 국조를 받는 동시에 피할 수 없는 게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이며, 함께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야권의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안혜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낙연 대표의 국정조사 주장에 국민의당도 적극 찬성하는 바이며 추 장관의 직권남용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바이다"며 "추미애 장관은 매사 두려움이 없이 무소불위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는 만큼 겁내지 말고 필히 국정조사에 출석하여 이낙연 대표가 충격받았다는 혐의를 낱낱이 국민앞에 토로하라"고 일갈했다.
민주당, 이날 회의서 '국정조사' 언급 無…기류 변화
"섣불리 던져놓고 막상 받으니 적잖이 당황했을 것"
김근식 "文정권, 스스로 몰락의 길…국조 성사시켜야"
야권의 적극 수용 의사에 민주당의 기류는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조사'라는 단어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 내부의 불감증을 되돌아봐야 하며, 검찰의 자성과 성찰을 촉구한다"며 말을 아꼈다.
추미애 장관도 같은날 당·정협의회 참석차 국회를 찾았다가 "국정조사를 하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보시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빠져나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낙연 대표가 무턱대고 국정조사를 던졌다가 막상 우리가 받는다고 하니 적잖이 당황하지 않았겠나"며 "먼저 말을 꺼내놓고 곧바로 뒤집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린 우리대로 당당하게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어제 법사위에 윤 총장이 출석한다니까 쫄아서 안절부절하는 민주당을 보라, 국정조사를 꼭 성사시켜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