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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의 혜윰] “아파트가 없으니 빌라” 마리 앙투아네트가 거론된 이유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0.11.24 06:00
수정 2020.11.23 22:52

부동산 발언 논란에 툭하면 언론 탓

국민 분노 본질은 정책에 대한 불신

발언의도 중요치 않아, 오해 자체가 여론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LH 매입 임대주택 서도휴빌에서 열린 LH주거복지사업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게 아니냐”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던 말로 유명한 이 말은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그로서는 억울하겠지만, 발언의 진위여부는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왕비와 왕실을 향한 그 오해 자체가 민중의 여론이기 때문이다. 왕비가 그 발언을 했건 하지 않았건, 혹은 다른 발언을 했건 프랑스 민중은 어차피 분노했을 것이며, 프랑스 혁명으로 표출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마리 앙투아네트만큼 억울한 정치인이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자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의 한 임대주택을 방문한 후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발언한 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언론을 통하면 본뜻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대중은 “아파트가 없으니 빌라에 살라는 말이냐”며 진 의원을 ‘마리 진투아네트’라고 조롱했다.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오해받은 마리 앙투아네트보다는 덜 억울해 보이지만 진 의원은 이조차 ‘언론 탓’을 했다.


사실 정부·여당 인사들의 언론 탓이 하루 이틀은 아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호텔 전세 발언 논란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1·19 전세대책 발표에서 “호텔은 전세대책의 일부인데 마치 전부인 것처럼 기사에 나와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 발족식에 이낙연 당 대표와 진선미 단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금 부동산 관련 정책자들은 국민이 화내는 본질적 이유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은 단순히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했다고, 호텔에 살라고 했다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게 만들었으나 반성하거나 그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데 있다. 대신 ‘아파트를 누구나 살 수 없으니, 우리가 만들어준 빌라나 호텔에서 살아’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정작 자신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국민 정서에 동떨어진 발언들을 이어나가니 이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자신들이 선한 의도로 정책을 내고 국민을 위한 발언을 하고 있는데 언론이 그 의도를 곡해해 국민과의 사이를 멀게 만들고 있다고 떼쓰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정치인들이 어떤 말을 하든 국민이 정부 정책에 신뢰를 갖고 있으면, 언론이 그 의도를 곡해하더라도 믿지 않는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밉상’으로 낙인찍힌 것은, 이미 왕비와 왕실이 민중에게 버림 받았기 때문이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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