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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덫에 걸릴라…국민의힘, 가덕도 공항 문제 해법 고심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1.20 14:43
수정 2020.11.20 14:55

정부여당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국민의힘 내부 기류 '흔들'

부산 의원들 '특별법' 발의에 주호영 "지도부 논의 없이" 질책

당론 정하기 어려운 입장…김해案 검증 문제점 공세에 집중

"뻔한 '갈라치기' 전략에 눈 뜨고 당할 수 없어…충돌 지양해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추진하고 나서자 국민의힘이 현명한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고민에 빠진 이유는 당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영남권 의원들 간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초 김해에 신공항을 추진했던 안을 폐기하고 부산으로 방향을 선회한 탓에 당내 TK(대구·경북) 의원들과 PK(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탓이다. 자칫 큰 내홍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20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엿볼 수 있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날 부산 지역 의원 전원(서병수·조경태·김도읍·장제원·김미애·김희곤·백종헌·안병길·이주환·이헌승·정동만·전봉민·하태경·황보승희)이 대표발의자 박수영 의원과 함께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한 점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


그는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부산 지역 의원들이) 지도부와 논의 없이 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며 "이 정권과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하태경(오른쪽), 박수영 의원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 15인이 공동발의한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날 오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서도 이 문제를 놓고 TK 의원들과 PK 의원들 간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입장차가 워낙 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도부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금 시점에서 지도부가 당론을 명확하게 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의견부터 엇갈리는 모양새가 감지된다.


대구를 지역구로 하는 주 원내대표가 연일 정부여당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강구를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상반된 반응을 내비친 바 있다.


이날 국민의힘·국민의당 소속 인사들이 주축이 된 의원연구단체 '국민미래포럼' 강연을 맡은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는 "(가덕도 신공항 이슈) 여기에 끌려가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러면 선거를 못 치른다. (정부여당이) 고약한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은 야권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선거는 치러야할 것 아니냐"고 딜레마에 빠진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진단했다.


동남권 신공항 예정지로 거론되는 부산 가덕도. ⓒ뉴시스

국민의힘은 우선 정부여당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의 '명분'으로 삼았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 해석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는 동시에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정부여당을 향해 "도둑질을 하더라도 좀 안 들키게 해야 하는데, 너무 어수룩하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은 아무 말씀이 없다"며 "아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오거돈 성추행 선거'에서 '신공항 문제'로 바꾸기 위해 국기이익과 국가정책은 안중에도 없이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날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증 결과에서) 김해신공항을 못 쓴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 뉘앙스는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검증위가 지난 17일 발표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검증 결과를 근거로 들며 신속하게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김수삼 위원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으로 부적합하다고 한 적 없고, 타당하다고 결론을 냈다"며 "검증위의 요구는 기존 김해 신공항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재검토를 거쳐 쓸 수 있으면 쓰라는 것이며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검증위에서 '가'자도 논의한 적 없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참 웃지 못할 일들이 생기고 있다. 권력의 힘으로 그냥 내리눌러 (검증위에게) 어떻게 하라고 압박한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이 이 점에 관해 속지 않고 제대로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과정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할 전망이다. 류성걸 의원은 "김해신공항 검증위 발표 내용을 모든 국민이 다 봤지만 어디에도 가덕도와 관련된 상황이 없었음에도, 계속해서 가덕도 관련 사안이 나오는 데 대해 유감이다"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어떻게 앞으로 이 사항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밝혀주시고 감사원이나 관련 기관에서 반드시 조사돼 명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대규모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민주당의 실태를 국민에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며 "당내 의원들 각각의 이해관계가 결부돼 있기에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분열을 획책하는 민주당의 뻔한 전략에 눈 뜨고 당할 수 만은 없지 않겠느냐, 지나친 공개적 의견 충돌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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