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보관 필요없는 모더나 백신, 국내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20.11.18 05:00
수정 2020.11.17 17:28
화이자와 달리 영상 2.2~7.8도서 보관 가능…유통, 보급 수월
정부 글로벌 제약사 백신 확보에 사활
국내 백신 개발기업 지원은 뒷전 될 수도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예방률이 94.5%라는 중간결과를 내놓으면서 코로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백신 임상 속도는 이에 못 미치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이 한국에 도입되면 개발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모더나가 이번에 공개한 분석 결과는 임상 참여자 중 95건의 감염 사례에 기초한 것으로, 이들 사례 가운데 백신을 접종한 것은 5건에 불과했다. 90건의 발병은 플라시보(가짜 약)를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후보물질의 효과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상시험 참가자 중 백신 후보물질을 두 차례 접종한 사람과 플라시보를 접종한 사람 비율로 측정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모더나 3상 시험 참가자 중 중증 환자는 11명으로, 플라시보를 복용한 실험군에서만 나왔다.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들 중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접종 부위 통증, 피로, 두통, 관절통 등의 비교적 가벼운 부작용만 나타냈다.
모더나는 연내 미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FDA에서 요구하는 백신 안전에 관한 분석은 이르면 이달 말까지 끝날 전망이다.
상용화 목전에 둔 글로벌 제약사 백신, 국내 백신 개발 위축될 수도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마찬가지로 신기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으로 개발됐지만,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후보물질 'BNT162b2'과 달리 일반 냉장고에서도 보관할 수 있어 훨씬 더 보급이 쉬울 전망이다.
mRNA를 이용한 백신 생산 방식은 제조 속도가 빠르고, 바이러스를 배양할 필요가 없어 전통적 방법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모더나 백신은 영상 2.2~7.8도에서 최대 30일간 보관할 수 있어 화이자 백신의 단점으로 꼽혔던 영하 70도 초저온 유통의 부담을 덜었다.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까지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속속 내놓으면서 우리 정부는 뒤늦게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코로나19 백신 도입 자문위원회를 처음 개최하고, 백신 도입 관련 기준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도입 관련 다국적협의체인 코백스 퍼실리티(코백스)를 통해서 국민 1000만명분을 우선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당국은 연내 전체 인구의 60%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 중이며, 전체 선입금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한 양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위한 팀을 꾸려 최단 시간 내 안전성 검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외에도 미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도 코로나19 백신 3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 임상은 사실상 당국의 사용 허가를 받기 전 최종 시험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 3곳이 백신 개발 성공에 가까워진 가운데 국내에서 백신 개발 중인 기업은 제넥신의 임상 1상 정도가 전부다.
제넥신은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DNA 백신 후보물질 'GX-19'의 임상 1·2a상을 승인받고 임상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백신 임상시험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국내 기업은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 3곳인데 진행 속도가 더딘 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은 동물전임상 단계를 마무리하고 식약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1상 계획을 신청해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해외 글로벌 제약사 백신 확보에 역량을 쏟고 있어 국내 임상에 대한 지원은 뜸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백신 개발의 끝을 보자는 대통령 언급이 있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이 상용화돼 국내에 도입되면 국산 백신 개발은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