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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댓글시인 제페토의 두 번째 목소리 ‘우리는 미화되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0.11.17 10:22
수정 2020.11.17 10:23

'그 쇳물 쓰지 마라' 이후 4년 만에 출간

고 설리부터 이상가족 상봉 뉴스, 코로나19까지 다양하게 다뤄

2010년부터 인터넷 뉴스 기사에 시(詩) 형식의 댓글을 남겨온 ‘댓글 시인’ 제페토가 최근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미화되었다’를 출간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쓴 댓글 시 모음집 ‘그 쇳물 쓰지 마라’ 이후 4년 만이다.


제페토의 이번 시집 역시 다양한 뉴스 댓글 창에 촘촘히 써내려간 ‘댓글 시’의 향연이다. 악성댓글 등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고(故) 설리 뉴스부터 위안부 피해자 이수단 할머니와 공점엽 할머니 별세 후 처음 열린 수요집회 뉴스, 이산가족 상봉 뉴스, 고 김용균씨 사고 뉴스, 성북구 네 모녀 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뉴스 등을 보고 자신이 생각을 때론 치열하게, 때론 통렬하게, 때론 담담하게 그려냈다.


사회의 주목을 받은 뉴스에만 댓글 시를 단 것은 아니었다. 소소한 풍경을 담은 포토 뉴스나 가슴 찡한 감동 뉴스에도 제페토는 댓글 시를 써내려갔다. 총 3부로 구성된 시집에서 1부와 2부는 한쪽 장에는 뉴스를, 한쪽 장에는 댓글 시를 배치했고, 마지막 3부는 뉴스 없이 시(詩)로만 구성했다.


제페토는 책의 서문에서 “나는 지난 책의 서문에서, 풍선을 더듬는 바늘의 위로와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목수의 마음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번번이 뾰족하고 까끌거린 것만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말(글)은 가시 돋친 생명체다. 밖으로 내보내기에 앞서 구부리고 깎고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필경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 비록 나의 글쓰기가 선한 댓글 쓰기 운동의 일환은 아니지만, 댓글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매 순간 조심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제페토의 댓글 시가 눈길을 잡는 것은 감정 없이 써내려간 뉴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제페토는 뉴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악플이 난무하는 시대에 제페토의 댓글 시가 여전히 주목을 받는 이유다.


‘우리는 미화되었다’는 제페토의 생각을 읽는 시집의 역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 만개가 기사가 쏟아지고, 오늘의 이슈가 내일이면 잊혀지는 시대에, 꼭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천천히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때문에 ‘우리는 미화되었다’는 시집임과 동시에 시대를 정리한 기사집이기도 하다. 책 제목이 왜 ‘우리는 미화되었다’인지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한 고인을 기리는 시의 한 구절이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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