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블랙홀에 갇힌 與…교체설에 '지금은 아니다'
입력 2020.11.17 04:00
수정 2020.11.17 05:11
추미애 "윤석열 쌈짓돈" 발언에 여야 또 격돌
대검·법무부 자료부실 각각 주장하며 이전투구
추미애 블랙홀에 이도저도 못하는 민주당
교체론 고개들지만 '지금은 아니다'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또다시 맞붙었다. 여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시집행분 관련 의혹을 제기했고, 야당은 법무부 검찰국 특활비 사용의 적절성을 문제삼았다. 양측이 각각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자료부실을 주장하며 대치했던 지난 9일 현장검증의 이전투구 양상이었다.
진원지는 "94억원 중 절반 정도를 총장 주머닛 돈처럼 쓰는 실태를 밝혀야 한다"고 이날 또 언급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었다. 여당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각 지검에 정기적으로 배분되는 특활비 정기집행분 외에 윤 총장이 개별적으로 집행하는 수시집행분은 "대검이 자료를 내지 않았다"며 자의적 사용을 의심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의적 사용"을 단정할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추 장관이 대검에 회계검사를 지시했을 뿐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의혹을 받는 법무부도 "특활비 사용지침에 따라 사용했다"는 주장 외에 이를 입증할만한 근거는 내놓지 않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 자꾸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여당의원들은 대검의 자료부실을, 야당의원들은 법무부의 자료부실을 각각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현장검증에서 특활비 관련 같은 자료를 보고 온 여야 의원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려 국민들만 혼란케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지금까지 법무부의 특활비를 다 공개하고, 검찰도 공개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가 내려가지 않아 수사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추 장관 발언에서 시작된 특활비 논란은 결과적으로 법사위 예산안 의결까지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진영갈등만 키운 셈이 됐다. 최소한 정기지급분은 서울중앙지검에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추 장관은 '수시지급분'을 문제삼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논란만 커지자 민주당 내에서도 추 장관의 행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13일 정성호 예결위원장이 "정도껏 하시라"며 내부의 불편한 여론이 일부 공개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추 장관이 주장했던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당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추 장관이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 교체는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검찰개혁 단일대오를 약화시킬 수 있고, 특히 '문빠'로 통칭되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두려워서다. 추 장관을 질책했던 정 위원장은 이후 문자폭탄에 의한 피로감을 호소한 바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장관 교체가 쉽지 않다는 것도 추 장관의 생명력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박범계 의원은 "추 장관을 인사하게 되면 문재인표 검찰개혁의 좌절이자 표류"라며 "추 장관이 검찰개혁의 상당 부분에 매듭을 짓는 수순이기 때문에 지금 빼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성민 최고위원도 "추 장관이 검찰개혁에서는 본인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며 이른바 '추미애 교체론'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