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5년 분쟁 이번주 마침표

미국 ITC 예비결정 그대로 최종판결 낼 경우 대웅제약 '악재'

식약처 품목허가취소 철퇴 맞은 메디톡스도 '사면초가'

승자 없는 게임… 양쪽 기업에 모두 상처 남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5년간 끌어온 보툴리눔 톡신 제제 분쟁이 끝이 보인다. 사진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자료사진) ⓒ각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5년간 끌어온 보툴리눔 톡신 제제 분쟁이 끝이 보인다. 오는 1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이 나오면 60일 내에 미국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두 회사는 지난 2016년부터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가 되는 균주를 두고 국내외에서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대웅이 우리 균주를 훔쳐갔다"고 주장하고, 대웅제약은 "훔치지 않았고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지금은 물론 과거에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영업비밀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 최초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메디톡신을,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5월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나보타로 앞으로 5년 내 약 2조원의 매출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주 공개될 ITC의 최종판결이 예비판결과 같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대웅제약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ITC는 지난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대웅제약의 주름 개선제인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10년 수입 금지를 권고하는 예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ITC 소송전에서 지게 되면 대웅제약의 미국시장 진출이 사실상 좌절되고, 이번 결과가 국내 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메디톡스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대웅제약 측은 "외국 회사의 영업비밀에 대한 분쟁은 ITC의 관할권을 명백히 넘어서는 것"이라면서 "예비결정의 오류를 뒤집고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승자 없는 싸움… 보톡스 업계 2·3위 소모전으로 '제살 깎아먹기'

통상 예비결정이 번복되지 않는 ITC 소송에서 승기를 잡은 메디톡스도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메디톡신주 50·100·150·200단위와 코어톡스주 등 5개 품목에 대해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가 최종 확정되면 메디톡스는 기업 매출의 40%가 넘는 주력 제품을 잃게 된다.

일각에서는 ITC 최종판결이 나오더라도 양사의 분쟁이 매듭지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소송이 현재진행형인 데다 미국 외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ITC 최종판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양사에 모두 도움 되지 않는 소모전을 끝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ITC 소송 결과가 나오면 국내 민형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쳐 어느 정도 승패가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두 기업 중에 어디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