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치유 프로그램에 초대된 ‘코로나19 영웅’들
입력 2020.11.15 17:06
수정 2020.11.15 17:10
해양치유 클러스트 꿈꾸는 완도, 노르딕 워킹·해변명상 등 시범운영
해수부 4곳 특화모델 조성, 해양관광·바이오·헬스케어 융·복합 관건
올 한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발생으로 팬데믹(pandemic)을 겪으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감염의 두려움과 무기력, 불안에 시달리는 감정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쌓여가는 스트레스가 심신을 지치게 하는 만큼 탈출구가 필요한 세상이 됐다.
청정지역에서 심신을 맑게 하고 색다른 건강식과 다양한 체험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곳에서의 힐링이 단연 화두로 떠올랐다. 그것도 해양이 접목된 ‘해양치유’라는 신세계가 등장했다.
‘해양치유’는 해양에서의 자원을 활용해 체질개선·면역력 향상·항노화 등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해양에어로졸로 불리는 해양기후와 해조류나 전복 등의 해양생물, 갯벌·피트·모래·소금 등 해양광물이 치유의 소재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해양치유’를 산업화하겠다고 가장 먼저 의욕과 의지를 펼쳐 보이고 있는 곳이 전남 완도군이다.
산소음이온이 전국에서 가장 풍부하다는 완도에서는 이미 시범사업으로 해변 노르딕 워킹(스틱을 활용한 걷기운동)과 해변 요가·명상·필라테스와 함께 난대림이 잘 조성된 완도수목원에서의 예술공연 및 공예체험, 지역 특산물인 해조류·전복요리, 완도타워 모노레일과 스카이 짚라인 등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를 활성화 할 해양치유센터 건립을 추진 중으로, 해수 풀(Pool)·수중 재활운동시설·개별 테라피실·R&D 지원 공간 등을 포함한 시설이 올해 말 착공돼 내년 말까지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해양치유 산업은 해양수산부가 코로나19 발생 훨씬 이전부터 미래전략산업으로 준비해오고 있었다.
휴식과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인구 고령화 등으로 웰니스 산업(건강+휴식+치유)의 수요가 늘고 있고, 해양관광·바이오·헬스케어 등 융·복합을 통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연안·어촌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추진해왔다.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2024년까지 해양치유 체험인원 누적 100만명, 연안지역 고용효과 1900명, 연간 생산유발효과 2700억원을 목표로, 완도를 비롯한 태안·울진·고성 등 해양자원을 지닌 4곳을 선정,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먼저 해양치유 산업화의 첫발을 땐 완도군의 경우도 줄어드는 인구와 빠른 고령화로의 진입으로 인한 지역경제의 활력이 필요한 만큼 신산업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천혜의 청정바다와 환경 등이 해양치유의 최적지로 선택된 상황이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현재 해양치유 자체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그간 ‘코로나 영웅’으로 불리는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 등을 대상으로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도의 청정하고 풍부한 해양자원과 기후, 먹거리 등에 호평이 이어진다는 후문이다.
신 군수는 2030년까지 장기프로젝트로 공공에서 2000억원, 민자로 8000억원을 투입하는 1조원대 대규모 사업을 진행한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1차로 해양치유센터를 비롯한 공공 해양치유병원과 해양자원관리센터, 마리나 등을 공공시설로 조성하고, 2차로는 민간주도로 해양치유전문병원과 해양건강리조트, 해양바이오연구소, 해양바이오기업, 골프 테마파크, 유람선 등의 시설을 유치해 해양치유 클러스트를 만들겠다는 게 완도의 청사진이다.
현재 완도의 유명한 해수욕장인 청정한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는 해변 노르딕워킹, 비치바스켓, 해변요가와 산책 등이 해양기후요법으로 실시 중이다.
완도의 해양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남 화순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지숙 간호사는 “사실 2020년은 코로나19로 너무 바빠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없다. 가족여행을 포함해 가족과 함께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완도에 와서 자연과 여러 가지 체험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체험소감을 전했다.
함께 참여한 신화영 간호사는 “코로나라는 특수 환경이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의료진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해양치유프로그램이 힐링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해양치유산업 거점으로 완도에 이어 경북 울진과 경남 고성, 충남 태안을 해양치유 공간으로 조성해 해양 산산업의 선도사례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실제 독일은 해양·산림·온천 등의 자연자원을 활용한 치유산업을 통해 약 45조원의 시장규모와 4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와 일본 등의 경우도 치유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문제는 해양치유 산업생태계 구축이다. 산업화로 가기 위해서는 해양치유 특화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운영과 수요 확대, 관련 상품개발, 전문가 육성 등이 맞물려야 하는데 국내 4곳의 치유공간과 콘텐츠가 얼마나 특화되고 매력적인 곳으로 조성될지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해수부도 이와 관련해 완도는 스포츠 재활형으로 재활치료와 대사증후군 완화의 특화로 조성하고, 울진은 중장기 체류형으로 피부질환과 스트레스 완화를, 고성은 기업 연계형의 스트레스·피로 회복을, 태안은 레저복합형으로 피부미용 및 근·골격계 질환 완화를 위한 특화모델화 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관광 한계를 극복하고 해양자원을 건강치유에 활용, 관광산업으로 확대시키는 해양 신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하나의 심신회복 대안으로 자리해 실질적인 연안어촌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