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내년 접종?… 초저온 유통 가능한 기업 국내 1곳뿐
입력 2020.11.15 06:00
수정 2020.11.13 16:52
영하 70도 조건 지켜야 하는 화이자 백신
약효 손실 없이 일선 의료기관에 배분할 수 있는 체계 마련 시급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등 국내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이 개발 중인 백신이 90% 이상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주요국들이 선구매 방식으로 백신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선입금을 모두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되도록 다양하게, 충분한 양을 확보하겠다"면서 "연내에 전체 인구의 60%가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선입금은 일종의 계약금으로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최종적으로 실패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다.
향후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은 미국 미시간주에서 생산된 후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세계 각국으로 배송될 예정이다. 백신을 운송한 뒤 각각 의료기관에 배분해 접종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한 콜드체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화이자의 백신은 2~8도에서 보관되는 일반적인 백신과 달리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이어서 이를 운송하려면 '초저온' 냉동유통이 필수다. 해당 백신은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바이러스의 핵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핵산을 감싸는 지질막을 보호하기 위해선 유통과정에서 영하 70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초저온 유통 시설 미비...설비 확충 시급
국내에는 제대로 된 초저온 유통시설이나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 거의 없다. 국내에서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물류 기업은 SK가 올해 초 투자한 '한국초저온' 뿐이다.
이 회사는 영하 162도의 초저온 조건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다시 기체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저온 물류용 냉매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초저온은 경기도 평택시의 오성산업단지 내 2만8000평 규모의 대지에 현대식 저온 물류센터를 준공해 지난 6월부터 가동 중이며, 인천항만공사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신항배후단지 내에 설립할 예정인 초저온 복합 물류센터 개발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도 초저온 유통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권준욱(국립보건연구원장)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mRNA 백신은 저온이 아니면 사실상 효력이 없다"며 "상당히 복잡한 준비 과정과 반복적인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백신인 독감백신도 제대로 관리 안 됐는데"… 국민 불신 '팽배'
통상적으로 백신이 수입되면 조달계약 업체로 물량이 전량 옮겨진 다음 소형 냉장차량으로 배분된다. 수도권의 경우 업체가 이를 의료기관이나 보건소로 옮기고, 거리가 먼 지방의 경우 하청업체가 맡아 각각 운송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배송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지난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태 당시 의약품 유통업체가 배송 과정에서 냉장 온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됐었다. 당시 적정온도(2∼8도)를 벗어난 사례가 196건으로 확인돼 50만명분가량 회수됐다.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식으로 백신 공급이 이뤄지면서 백신 배송에 대한 교육 미비 등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탓이다.
일각에서는 독감백신도 제대로 관리 못했는데 영하 70도를 지켜야 하는 코로나 백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자 백신의 경우 냉장상태에서 5일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상온에 노출되면 수시간 내에 접종해야 효력이 있는 백신"이라면서 "초저온 유통시스템 체계가 하루아침에 갖춰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서둘러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