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구현모·하현회, 탈 ‘통신’ 전략으로 3Q '미소'
입력 2020.11.06 12:37
수정 2020.11.06 12:38
미디어·커머스·기업간거래(B2B) 등 급성장
5G 등 무선통신 매출 한 자릿수 성장 그쳐
이동통신3사가 3분기 신사업 분야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달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에도 통신3사 수장들의 ‘탈(脫)통신’ 전략이 적중하며 대부분 시장전망치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6일 KT를 마지막으로 이통3사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실적 키워드는 '탈 통신'이다. 통신3사의 무선 사업의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수로 정체했으나 미디어·보안·커머스·기업간거래(B2B) 등 신사업 분야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내며 실적 선방에 기여했다.
◆ 박정호의 SKT, ‘빅테크’ 전략 통했다
SK텔레콤은 3분기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 4조7308억원, 영업이익 36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9.7% 증가하며 시장전망치를 상회했다. ‘빅테크(Big Tech)’ 기업 전환을 공표하며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여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전략이 제대로 주효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신사업으로 지목한 미디어·보안·커머스 모두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세 영역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18.9% 증가한 1조5267억원, 영업이익은 40.3% 늘어난 1111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사업 매출은 전체 32%를 차지하며 무선과 함께 주요 성장동력원으로 자리잡았다.
미디어 사업은 인터넷TV(IPTV) 사업 성장 및 티브로드 합병 효과 등으로 지난해보다 20.3% 늘어난 매출 9668억원을 기록했다. 보안은 같은기간 15.5% 증가한 3533억원, 커머스 사업은 18.7% 늘어난 2066억원이다.
회사는 내년 11번가와 SK브로드밴드, ADT캡스, 토종앱마켓 ‘원스토어’ 상장에 나서며 연내 ‘T맵’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사업부문을 분사시켜 신사업 분야 성장에 고삐를 죈다.
T맵 기반 모빌리티 사업을 기존 이동통신(MNO·Mobile Network Operator), 미디어, 보안, 커머스 4대 사업에 이은 5번째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지배구조도 통신이 아닌 신사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사명 변경도 점쳐진다.
박 사장은 지난달 'T팩토리' 기자간담회에서 “T팩토리는 텔레콤의 T가 아닌 테크놀로지, 투모로우의 T로 '기술'과 '미래'를 의미한다"며 사명 변경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 LGU+ “B2B, 2022년 5배 성장 기대”
LG유플러스는 유무선 고른 성장으로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냈다. 매출은 3조3410억원, 영업이익은 2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60.6% 늘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통신사업 매출이 비통신보다 2.5배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성장률은 한자릿수로 상대적으로 정체 수준이다.
반면 미디어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비통신 분야는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IPTV와 초고속인터넷이 포함된 스마트홈 매출은 5143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회사는 U+아이들나라와 U+초등나라 등 유아동 특화 교육 콘텐츠 등 선보이며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2B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인프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7% 성장한 334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클라우드 수요 증대로 대형고객사의 IDC 매출은 전년보다 19.3% 증가한 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혁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일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B2B 신사업은 스마트팩토리, 스마트SOC, 스마트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기업인프라 매출은 내년 2배, 2022년에는 5배 성장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4분기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이 참여한 'XR얼라이언스 의장사'로서 퀄컴 등 제조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취임 이후 임직원들에게 전통적 통신사업 관점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해온 기조에 맞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 수급 확대로 생태계 조성에도 주력한다. 또 뉴딜사업 참여와 같은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무선통신사업(이동통신·알뜰폰)은 1조4597억원으로 4.4% 늘었다. 특히 모바일 순증가입자가 분기 기준 최대인 40만6000명이 증가하며, 3분기 누적기준으로는 5.5% 성장을 기록했다. 5세대이동통신(5G) 중심의 무선 매출 성장과 알뜰폰 가입자의 꾸준한 유입으로 연간 5% 성장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 KT, 비통신 42% 돌파...포트폴리오 다변화
KT의 탈통신 기조도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KT는 구현모 사장이 대표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B2B사업 성장으로 비통신 매출 비중이 42%를 넘겼다. 구현모 사장은 지난달 28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부터 KT는 통신기업(텔코)에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KT는 6일 연결기준 매출 6조12억원, 영업이익 292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단말과 그룹사 매출 감소, 유무선 서비스 부진 등 시장전망치를 하회했다. 그러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6% 늘어난 2068억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KT의 3분기 비통신 매출은 1조9105억원으로 KT별도 기준 매출(4조5205억원) 대비 42.3%를 차지했다. 비통신 분야는 IPTV등의 미디어 사업, B2B 핵심사업인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등이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전체 사업 매출의 다변화를 성공적으로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IPTV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9% 증가한 4593억원을 기록했다. IPTV는 넷플릭스 제휴 등 경쟁력 강화로 이번 분기에만 12만8000명의 순가입자를 기록하며 누적 가입자 868만명을 달성했다. DX사업의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대비 17% 증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KT는 오는 2025년 비통신사업 부문 매출을 전체의 절반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지난 4일 용산에 국내최대 IDC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IDC센터를 바탕으로 AI·빅데이터·클라우드 분야 선점을 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최근 새로운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외 AI로봇단도 신설했으며 LG전자·현대중공업그룹·KAIST·한양대 등과 ‘AI 원팀’을 결성했고 ‘클라우드 원팀(가칭)’ 출범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