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뛴다-38] 한화생명, 발빠른 디지털 역량 강화… 성과 속도
입력 2020.11.04 06:00
수정 2020.11.03 17:37
대대적 조직 개편 단행…사업본부 절반 이상 디지털 영역 집중
빅데이터·AI 시스템서 가시적 성과…영업망도 언택트 강화 실험
한화생명이 전방위적인 디지털 혁신 전략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영과 영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생명은 이 같은 디지털화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미래 전략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하반기를 앞두고 13개 사업본부 50개팀을 15개 사업본부 65개팀으로 바꾸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사업본부 중 절반이 넘는 9개가 디지털과 신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로 꾸려졌다는 점이다. 팀 단위로 보면 65개 중 39개가 이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본사 내 사업본부의 60%가 디지털·신사업 영역으로 개편된 셈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불러온 언택트 시대로의 변화와 제로금리의 현실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카카오·토스 같은 정보통신기술 기업의 금융업 진출까지 이어지면서 보험업계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자 스피디하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환을 꾀했다는 설명이다.
벌써 실질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한화생명은 2017년 5월에 도입한 빅데이터 시스템에 힘입어 연 평균 100억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더 거두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 중 사고·질병 발생 위험이 낮은 이들을 선별해 가입 가능한 보장금액 한도를 자동으로 확대해 적용한다. 이를 위해 한화생명은 2011년 이후 신계약 70만건을 기반으로 고객의 성별과 연령, 체질량지수, 음주·흡연 여부, 보험료 연체 정보, 모집 설계사 속성 등 약 120개의 항목을 반영해 8400만건의 사례를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한화생명은 이를 적용한 지 3년여 만에 약 300억원의 보장성 보험료가 추가로 유입되는 효과를 얻었다. 아울러 한도 확대 신계약 건수는 2만2460건으로 연 평균 7200명 이상의 고객들이 혜택을 받았다. 기존 보험사들은 고객 수요가 많은 입원, 수술, 암 진단과 같은 보장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가입할 수 있는 최대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한화생명은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모델을 활용해 우량 고객을 상대로 이를 확대한 것이다.
보험사의 핵심 업부인 보험금 지급에서는 인공지능(AI)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손보험과 정액보험에 대해 자체 개발한 보험금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올해 9월 특허청에서 2건의 기술특허를 획득하며 독창성을 외부로부터 인정받았다.
한화생명은 보험금 AI 자동심사 시스템 개발을 위해 알파고의 핵심 딥러닝 기법인 CNN 신경망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 간 보험금 청구 데이터 1100만여건을 3만5000번의 학습 과정을 통해 분석했다. 이어 처리결과의 적정성을 확인해 시스템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오류를 없앴다. 한화생명은 보험금 AI 자동심사 시스템으로 최대 50%까지 자동심사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자동심사율은 약 25% 수준이다. 향후 2배까지 자동심사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한화생명의 디지털 청사진은 이제 영업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이번 달 보험업계 최초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설계사 모집과 교육, 활동 등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영업 채널인 LIFE MD를 공식 론칭했다.
LIFE MD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의 근무 방식에서 벗어나 본인이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험설계사 모델을 추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보험사 강의장에서 교육을 수강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위촉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와 달리 LIFE MD는 설계사 자격시험 통과를 위한 모든 학습이 앱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회사와의 위촉계약서 또한 디지털 서명만으로 가능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LIFE MD는 보험설계사의 역할을 직접 하며 소비도 하는 디지털 프로슈머의 형태를 고려한 신개념 활동 플랫폼으로, 보험 채널로 시작해 향후 다양한 상품을 다루도록 플랫폼 확장도 고민하고 있다"며 "LIFE MD들이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디지털 중심의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디지털 전환에서 뒤쳐지면 미래를 선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회적 트렌드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