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_트렌드] “우유 소비 주는데”...‘멸균’ 시장은 승승장구
입력 2020.11.03 07:00
수정 2020.11.02 17:01
1인가구 증가와 온라인 쇼핑 일반화 된 영향
상온 보관 가능하고 유통기한 길어 배송 편이성 커
휴대성 용이하고 영양학적으로도 일반 우유와 비슷
코로나19로 재택근무 크게 늘고 홈카페 문화 형성도 호재
저출산으로 우유 소비가 줄고 있는 가운데 멸균우유 시장만은 유독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우유 한 팩을 소비하는 기간이 길어진 데다 온라인 쇼핑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넉넉한 유통기한의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멸균우유 시장 규모가 2016년 453억원에서 올해 1336억원으로 194%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7%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도 2년 내 1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유로모니터의 전망이다.
멸균 우유는 135~150도 사이의 높은 온도로 살균해 미생물을 제거한 제품이다. 이 때문에 유통기한이 최대 4개월로 일반 우유보다 8배 가량 길다.
산업이 침체되는 와중에도 멸균우유 카테고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1인 가구와 핵가족 증가에 있다. 이들 가구 특성상 한 번에 섭취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용량이 작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멸균제품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다 보니 멸균제품의 주력 제품은 대부분 소용량 제품이다. 대표적으로 매일유업이 판매하는 ‘매일우유 저지방’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 주력 멸균제품의 용량은 180~190㎖다. 일반 살균우유의 가장 작은 사이즈가 200㎖였던 것과 비교해봤을 때 더 작아졌다.
멸균우유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1974년 국내 최초로 멸균우유를 출시한 매일유업의 경우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2017년만 해도 한 자릿수에 머물던 매일유업의 멸균우유 매출신장률은 지난해 두 자릿수로 뛰어올랐다.
이는 온라인 마켓 성장과 궤를 함께한다. 장기간 상온 보관이 가능해 도서 산간지역 등 먼거리까지 유통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큰 데다, 소용량 낱개 포장으로 한 번에 제품을 구매해 조금씩 소비하는 문화와도 잘 맞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의 영향으로 과거와 같이 단 기간에 우유를 많이 필요하지 않는 가정이 크게 늘었는데, 이런 생활 패턴에선 유통기한이 짧은 냉장보관 우유보다 유통기한이 길고 개별 포장한 멸균우유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가 용이할 뿐 아니라, 일반 냉장 우유와 비교해 영양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멸균우유는 빛이 투과되지 않는 멸균팩에 담아 포장해 저장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살균우유 보다 영양이나 맛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특히 멸균우유는 몸에 좋은 유익균까지 모두 없앤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포장 단가와 가공처리 비용이 일반 상온 우유 대비 비싸다는 점도 제조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멸균우유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들도 최근 멸균우유 pb(자체브랜드)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례로 쿠팡은 지난 7월 ‘곰곰’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멸균 우유를 선보였고, 대형마트 홈플러스 역시 9월 관련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홈카페 문화가 형성되면서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냉장 보관을 하지 않고도 오랜기간우유를 보관하며 마실 수 있다는 장점 등으로 인해 향후에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최근 무항생제 인증목장 원유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등 멸균우유도 점차 고급화되면서 멸균 우유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역시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