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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시동①] 모비스+글로비스 합병분할 재도전…분할비율 늘리나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11.02 07:00
수정 2020.11.01 20:44

'정의선 회장 체제' 이후 다양한 시나리오 난무

지배구조 개편 시기·방법 관건…정의선 "고민중"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 재조명…수정안 나올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 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승계를 위한 최우선 과제가 지배구조 개편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개편 작업을 서두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2년 넘게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멈췄던 현대차가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민중인 가운데 2018년의 지배구조 개편안 등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정의선 체제’로 전환한 현대차그룹이 2년 전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설 지 주목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언급조차 피하던 예전과 달리 달라진 분위기가 현대차 내외부에서 감지된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는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주주들을 설득시킬 만한 '신의 한 수'가 요구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 계열사는 현대모비스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만큼 현대모비스를 통해 그룹 주요 계열사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회장의 지분율은 지난 3월 매입한 0.32%에 불과해, 그간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순환출자 고리를 해결할 수 있는 개편안이 요구돼왔다.


모비스 AS모듈 분할·상장 후 글로비스 합병


현대차그룹이 새로 검토할 만한 지배구조개편 계획으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 재조정 ▲정의선 회장의 모비스 지분 직접 매입 ▲현대차·모비스의 존속·사업회사 분할 뒤 합병 등이 꼽힌다.


2018년 당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및 개편 후 지배구조 시나리오ⓒ현대자동차그룹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지난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했던 지배구조개편안이다. 당시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기로 의결하고 현대글로비스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자 시도했으나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에 무산된 바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하고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것이 당시 개편안의 골자였다.


장기적으로 모비스와 글로비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주주가치가 상승하고 정몽구 회장 부자가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내게 돼 사회적 책임도 다할 수 있는 방안이었던 만큼 정의선 회장 취임을 계기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다만 기존안처럼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되 두 법인 모두 상장을 유지하면서 모비스의 사업부문(모듈·AS) 분할비율을 기존 보다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과거처럼 합병 비율을 인위적으로 재조정할 경우 투자자 반대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모비스 분할 법인을 상장해 시장 가격에 따라 객관적인 합병 비율을 인정받는 것이다. 합병 비율의 공정성이 담보되는 만큼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8년 제시된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방안ⓒ현대차그룹, 메리츠증권

다만 분할법인 상장 이후 합병이라는 절차는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합병의 정당성에 대한 투자자 설득은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 대주주 최종 지분율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은 이 방안의 가장 큰 단점이다.


하지만 분할 회사를 별도 상장하고 일정 기간 내 평균 거래 가격으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합병 비율을 시장에 맡기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주주권익 훼손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과정이므로, 무엇보다 주주들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미래 전략 제시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비스 AS모듈 분할·상장...계열사 주식교환 통한 지배력↑


모비스는 분할하되 글로비스 합병은 제외한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핵심 사업(모듈·AS) 재편으로 모비스의 분할까지는 주주 동의를 얻을 수 있지만 글로비스와의 합병은 조건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계열사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참석 지분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특히 행동주의투자자나 투자자들이 ‘길목’을 지키면서 주식 매집, 반대 의견 제출, 자사 지분 매입 요구 등에 나설 경우 2년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악몽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안이 실패한 이유는 현대모비스 기업 가치 70%가량을 담당하는 AS 부문을 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주주 가치가 훼손돼 외국계 투자자를 중심으로 집단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모비스를 분할해 존속 모비스(투자 부문)의 지분 가치를 낮추고,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및 분할 모비스(사업 부문) 지분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주식과 교환하며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순환출자 구조 정점에 있는 기업 지분율을 높일 수 있고 계열사 합병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수 조원대의 자금조달이 요구된다. 2년 전 개편안은 지분 매입에 4조5000억원, 양도소득세 1조원 등 총 5조5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업계에선 필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시킬 가능성도 제기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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