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3억' 불지른 홍남기…동학개미 달래는 금융위
입력 2020.10.20 14:25
수정 2020.10.20 14:26
'개미염원' 공매도 단속강화에 주식불공정거래 과징금 높이기로
증시 휩쓴 공모주 열풍에 우려도…"잠재적 취약분야 점검 필요"
금융위원회가 '동학개미'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 납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성난 민심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한 해임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실검챌린지로 표출되기도 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주식시장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는 한편 공매도·테마주 집중 신고·대응기간을 운영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을 향한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정치권이 개인투자자들을 호보하기 위한 각종 법안을 내놓고 있는데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동학개미를 챙기는 상황인 만큼 금융당국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학개미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힘이 커진 것은 코로나19 이후 금융권의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금융세제 개편방향'에서 국내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공제하기로 한 것에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손을 들어줬다. 이에 기재부는 즉각 공제액을 5000만원까지 확대했다.
당장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례적인 개인투자자들의 '과열과 불만'을 동시에 잡아야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BTS(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상장 후 급락하며 개미들의 비명 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증권시장의 불법 거래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주식 불공정거래 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에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주요 정보 이용 등 각종 불공정 거래에 대해 형사처벌만 내려졌지만, 앞으로는 무거운 과징금을 내야 하거나 시장에서 영구 퇴출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특히 '개미의 염원'으로 통하는 공매도 시장에 대한 불법·불건전 거래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또 집중 신고기간 내 신고 건은 포상금을 확대 지급한다. 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해서도 일괄점검 및 암행점검 등을 실시, 무인가·무등록 영업, 허위·과장광고, 보고의무 위반 등을 점검한다.
금융위는 불공정 거래에 따른 문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참여하는 집중대응단을 조직하고,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감시 동향 및 사건처리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사건처리 통합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기관간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집중대응단 출범'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시중의 유동자금이 증권시장에 집중되면서 불법·불건전 거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집중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사건이 조직화·복잡화되고 있음에도 신속하고 효과적인 처벌에 한계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기업 가치를 보지 않고 막연한 기대심리로 투자에 뛰어드는 현재의 시장 과열 양상은 서서히 식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로 시작된 공모주 열풍이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풀 꺾인 것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증권시장 불법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대주주 요건 3억' 추진으로 뿔난 개미들을 달래는 종합대책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