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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⑩] 이로운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트 경험? 자신만 있다면 없어도 괜찮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0.09 09:41
수정 2020.10.09 09:43

이로운 스타일리스트ⓒTEAM ROUN LEE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이로운 스타일리스트는 중국에서 비주얼 디렉터로 활동하다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광고, 룩북, 화보 등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모델과 아이돌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의 콤플렉스를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작업을 했다. 자신의 손을 거치기 전과 후가 확연히 차이나는 결과물을 보면 뿌듯했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자신했다.


이로운 스타일리스트는, 한국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라고 말한다. 올해 초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무렵, 코로나19가 발발해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기간이 길어지며 한국에서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결정을 하자마자 명함을 만들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어시스트 경험 없이 단번에 '대장 이로운'이 됐다.


"어시스트 일을 해볼까 고민을 했었는데 픽업과 반납, 현장 경험 말고는 배울게 없을 것 같았어요. 저는 패션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거든요. 명함을 만들고는 패션 쪽 일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돌렸어요. 그러다가 친구가 브랜드 가죽가방을 런칭하는데 스타일리스트로 참여하게 됐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이후 지인의 소개로 하이라이트레코즈 소속 가수 오웰무드 뮤직비디오 스타일링에 합류하게 됐다. 처음부터 기획된 촬영이 아닌, 재촬영이기 때문에 예산도, 시간도 없는 환경이었다.


"마이너스를 찍을게 뻔하지만 포트폴리오에 이름이나 올리자란 심정으로 하겠다고 했어요. 드레시한 착장이 필요하대서 수트사업하는 친구에게 찾아갔고, 또 그 친구에게 다른 지인을 소개 받아 수트를 준비해 서울로 갔어요. 그걸 인연으로 하이라이트레코즈 소속 가수 수비의 재킷과 프로필 사진 촬영 스타일링도 하게 됐어요."


이로운 스타일리스트는 아이돌 그룹의 스타일링이 가장 힘들지만 재미와 보람도 따라오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이돌의 컴백이 결정되면, 앨범 콘셉트를 회의하는데 이 때 스타일리스트도 전체적인 회의에 참여해 의상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아이돌 그룹의 의상은 무대에 올랐을 때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으니 꼼꼼히 체크하고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도록 수정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그룹을 준비할 때는 기간이 조금 넉넉해요. 사이즈를 꼼꼼히 체크해서 제작해야 하고, 의상을 입고 춤을 췄을 때 어디가 불편한지, 적합한지 등을 또 체크해야 해요. 현장에서 카메라 리허설 후에 스태프들이 옷 고쳐달라고 할까봐 제일 무서워요.(웃음) 치마가 너무 짧으면 단을 다 뜯어서 늘려야하고, 옷이 벌어지면 다 바느질을 해야해요. 셔츠랑 스커트랑 연결시키기도 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화장실도 못가고 본무대 할 때까지 참아야 하니까 서로 힘들어요. 대기실에서 가만히 앉아 바느질만 할 때도 있어요."


퍼포먼스를 하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들도 자주 발생한다. 그렇기에 본 무대를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생방송 중에 마이크가 떨어지면 정말 제 심장도 쿵 하고 떨어져요. 의료용 테이프로 집게를 건 후에 감는데, 잘 붙는 의상이 있는 반면 털 있는 옷엔 잘 안붙거든요. 옷핀으로 고정을 하는데도 마이크 떨어지는 사고는 빈번해서 언제나 가슴을 졸여요. 그래도 아이들이 카메라에는 문제 없어보이게 잘 대처를 해요."


어려운 현장을 아이돌 그룹의 음악방송으로 꼽았다면, 가장 수월한 현장은 광고라고 말한다.


"광고가 제일 쉬운 것 같아요. 이미 사전에 의상 컨펌도 나고, 원하는 시안을 먼저 보내주면 그 안에서 픽스가 되서 오기 때문에 원하는 바가 확실해요. 선택되지 못한 나머지 의상은 예비 의상으로 챙겨가요."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역시 그날의 스타일링을 칭찬 받을 때다. 형식적인 인사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진심이 담긴 칭찬은 단 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고.


"스타일링 칭찬할 때가 기분이 좋아요. 빈말일 경우도 있긴 있어요. 그런데 촬영 끝나고 '수고하셨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와서 칭찬해주면 이건 진짜 마음에 든다는 거죠. 그럼 정말 하루 피로가 날아가고 기분이 좋아요."


ⓒTEAM ROUN LEE

앞서 언급했듯 그는 스타일리스트 팀 어시스트 경험이 없다. 이 경험이 없어서 곤란하거나 아쉬웠던 적은 없었을까.


"어시스트를 했으면 같은 스타일리스트 종사자 인맥들이 풍부했을텐데, 그런 점은 조금 아쉽긴 해요.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어린 나이에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동료 스타일리스트를 얻는 것도 좋지만 대신 저는 포토그래퍼, 모델, 아이돌, 매니지먼트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얻었어요. 결과적으로 후회하진 않아요."


그러면서 암묵적으로 스타일리스트 실장이 되려면 어시스트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업계 암묵적인 규칙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어시스트 경험이 꼭 필요할까 생각해보면,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어시스트를 거쳐서 실장을 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룰이 생긴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그래야 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물을 낸다면 굳이 고생할 필요 없어요."


그는 스타일리스트를 지망하는 학생, 직장인들에게도 개인 SNS 메시지로 많은 질문을 받는다. '어떤 사람이 스타일리스에 적합하냐'와 '학교, 어시스트 경험이 필요하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일단 저는 옷을 좋아한다면 도전하라고 말해줘요. 하지만 내가 되려는 이유가 아이돌 그룹을 가까이서 보기 위한 것이라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좋아요. 또 어시스트를 할까, 대학을 갈까 질문에는 패션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싶다면 학교를 가도 상관없는데, 자신만 있다면 사실 개인작업을 많이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팁은 스타일리스트는 눈치가 빨라야 해요. 저는 현장에 스타일리스트로 참여하지만 무언가 필요한게 있다면 도움이 되려고 움직이려 해요."


현재 이로운 스타일리스트는 어시스트 두 명과 함께 많은 일정을 소화 중이다.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실장이 된 만큼, 식구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도 조금 일찍 알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게 된 이상, 정상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와 함께 하는 친구들이 저에게 '큰 사람이 될거 같다.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을 해줘요. 그 말이 저를 더 열심히 살게 합니다. 평생 함께하자는 말은 못해도 저와 함께 있는 동안은 페이 잘 챙겨주고,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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