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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의 i-노트] 삼성 ‘초격차’ 실현의 필수조건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0.10.06 07:00 수정 2020.10.05 20:48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줄줄이 타격…추격 기세↓

미·중 등 주요국 자국 기업 성장 위한 총력전도 불사

전화위복 위해선 사법리스크 등 불확실성 해소 절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점점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 영향으로 화웨이의 콩고물을 먹고 자란 중국 기업들의 타격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중국 정부가 굴기를 외쳤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아 보인다.


그 동안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다소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초격차’를 이뤄내겠다는 삼성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록 SMIC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5%로 비중이 높진 않지만 삼성전자와 TSMC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7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점을 감안한다면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상황도 반도체와 비슷하다. 화웨이는 보급형부터 플래그십 모델까지 OLED 패널을 적극 채택했는데 대부분의 물량을 중국 업체인 BOE로부터 납품받아 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 강도가 점차 세지면서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BOE의 높은 화웨이 의존도가 OLED 저변확대에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화웨이에 대한 제재 강화는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삼성에 드리운 경영 불확실성 해소가 절실한 이유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만 보더라도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각국이 역량을 총동원해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 역시 보호무역 강화로 성장의 물꼬를 터주고 있다.


반면 삼성의 경우 정부의 지원은 고사하고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로 제대로 된 경영 활동마저 제한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합병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한다면 삼성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실제 삼성은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사업부문별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의사결정은 상당한 제약을 받아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중국은 보호무역과 일감몰아주기 등 기존 시장경제 체재를 택한 국가에선 상상하기 힘든 방법으로 자국 기업들을 ‘굴기’라는 이름하에 성장시켜 왔다. 그렇다고 중국과 같은 막무가내식 지원이 삼성에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글로벌 기업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은 필요하다. 정치적 논리에 파묻혀 삼성 잡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불확실성이 해소 돼야만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고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삼성의 ‘초격차’ 실현 기회가 되기 위해선 삼성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인식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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